도쿄전력 관계자들이 이달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외신 기자들에게 오염수 저장탱크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태평양 방류를 앞두고 오염수에 들어 있는 삼중수소(트리튬)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삼중수소의 국내 해양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지만,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의 원자로를 식히는 데 쓴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세슘·스트론튬·플루토늄처럼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이 높은 농도로 녹아있다. 다른 방사성 물질도 많은데 유독 삼중수소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뭘까.

삼중수소는 양성자 1개, 중성자 2개, 전자 1개로 이뤄져 있는데, 자연계에서는 일반적인 수소와 마찬가지로 산소와 결합해 물을 만들어 존재한다. 이 때문에 방류 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제거할 수 없다. 일부 정부가 삼중수소를 해수에 희석해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다.

삼중수소를 비롯해 방사성 물질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안정된 상태로 바뀌면서 내뿜는 방사선은 생명체의 세포를 파괴하고 DNA에 손상을 일으킨다. 특히 삼중수소는 주변의 중수소와 만나 헬륨으로 변하면서 방사선의 한 종류인 베타선을 방출한다. 베타선 자체는 인체 조직을 투과하지 못하지만, 물의 형태로 세포 내부로 들어가면 피폭을 일으킨다. 삼중수소에 피폭되면 생식 기능이 떨어지고,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LPS로 제거하는 스트론튬도 베타선을 방출해 삼중수소와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 세슘, 플루토늄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은 핵발전에 사용될 정도로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인체 조직 대부분을 통과할 수 있어 직접 섭취를 하지 않더라도 외부에서 피폭될 수 있고, 배출 기준도 1L당 90베크렐(㏃)로 삼중수소에 비해 약 666분의 1 수준이다.

다만 과학계에서는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의 농도가 낮아 직접적으로 국내 해양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ALPS로 대부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고,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의 농도는 L당 1500Bq까지 희석해 방류할 예정이다. 이 농도는 국제 안전 기준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팀에 따르면 방류된 오염수는 10년 후 국내 해역에서 1000L당 0.001Bq 수준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삼중수소 농도의 10만 분의 1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박원규 부경대 생물자원학과 교수는 "일본의 오염수에 의한 농도 변화가 너무 낮아 국내 해역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오염수가 직접 방류되는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생선은 방사능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명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면서 쌓이는 생물 농축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교수는 "호수, 섬처럼 외부와 차단된 생태계에서는 생물 농축 현상이 크게 일어날 수 있지만, 바다처럼 큰 생태계에서는 생물 농축 효과가 크지 않다"며 "오염수가 해류를 따라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면 농도가 급격히 낮아져 생물 농축은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로 방사성 물질 농도 변화가 너무 낮아 당장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계에서 노출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방사능 피폭은 암을 일으키는 요인은 맞지만, 그 농도에 따라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큰 차이가 있다"며 "실제 사고가 일어난 지역에서 장시간 방사능에 노출된다면 몰라도 현재 예상되는 농도 수준에서는 암발생률이 높아지는 등 건강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중수소의 농도에 따른 유해성 논란은 지난 2020년 국내에서도 있었다. 당시 경북 경주에 있는 월성원전 인근에서는 L당 2만8200~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 유출이 확인됐는데, 이를 L당 13베크렐로 희석해 방류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삼중수소가 안전 기준치에 한참 못미치는 양으로, 자연계에서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의견과 장기간 노출됐을 때 건강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으로 나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