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내의 재활용수에 포집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넣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처리한 물을 콘크리트에 넣으면 콘크리트 속 시멘트와 이산화탄소가 반응하며 광물화된다./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스(에어룸)

미국의 환경 스타트업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스(Heirloom carbon technologies)'와 캐나다의 '카본큐어(CarbonCure)'는 최근 "대기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해 실제 건설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에 자갈과 모래, 물 등을 섞은 혼합물로, 건물과 도로 포장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콘크리트의 핵심 재료인 시멘트는 1t을 생산할 때마다 0.8t(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대표적 '기후 악당'으로 꼽힌다. 주원료인 석회석과 점토를 시멘트의 주성분인 산화칼슘으로 바꿀 때 섭씨 140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탄소를 방출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넣은 '저탄소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건물을 짓는 공사에 공급했다.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스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석회를 활용했다. 시멘트 주성분인 산화칼슘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탄산칼슘이 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가두는 작용을 한다.

이 탄산칼슘에 열을 가하면 다시 이산화탄소과 산화칼슘으로 나뉘는데 이 과정을 반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실린더에 포집했다. 회사 측은 탄산칼슘을 가열할 때 필요한 열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식으로 추가적인 탄소 배출을 줄였다.

카본큐어는 이렇게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탄산수를 만들어 콘크리트에 넣었다. 탄산수는 콘크리트 시멘트와 반응해 탄산칼슘이 되는데 탄소를 광물에 가두는 동시에 콘크리트를 더 단단히 굳게 한다. 이렇게 콘크리트에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콘크리트가 철거된 후에도 750도 이상으로 가열되지 않는 한 다시 대기로 돌아가지 않는다.

샤샨크 사말라 에어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3일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하는 만큼 직접 공기 포집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로버트 니븐 카본큐어 CEO는 "기술적 실행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시멘트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어룸 카본 테크놀로지스와 카본큐어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석회석으로 포집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콘크리트 속 시멘트와 화학 반응해 저장된다./에어룸

◇ 기후위기 대응책... 빌 게이츠부터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도 투자해

2021년 설립된 에어룸은 지난해 탄소 관리 컨설팅을 하는 '카본 다이렉트'와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 '아렌 이노베이션 캐피탈' 등이 주도하는 5300만 달러(약 673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 A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가 이뤄진다. 투자자들은 에어룸의 미래가 밝다고 판단한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투자 펀드로 제프 베이조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2012년 설립된 카본큐어 역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투자를 받았다. 2021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연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서 수상해 750만 달러(약 96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최대 1.5도 이내로 유지하는 파리 기후 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적극적인 탄소 제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50년까지 연간 60~100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유엔환경계획(UNEP) 등에 따르면 한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3%가 건설 산업에서 배출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콘크리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축 자재로 2060년까지 총 사용량이 현재의 2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달 뉴욕시 하나를 더 짓는 것과 같다. 만약 늘어나는 콘크리트에 이산화탄소를 가둘 수 있다면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각국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콘크리트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에어룸과 카본큐어 등 탄소를 제거하려는 스타트업들의 지원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통과된 연방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에서는 공기 중 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업의 세액공제 혜택을 강화했다. 이를 발판삼아 에어룸은 2035년까지 직접 공기 포집 기술로 이산화탄소 10억t을 제거할 계획이다. 카본큐어는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콘크리트로 매년 5억t의 탄소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파리 기후 협약에서 정한 '온도 상승폭 1.5도' 목표(굵은 초록색 선)에 맞추려면 현재(얇은 회색 선)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탈탄소화(Decarbonization)와 기존의 탄소를 제거(Carbon Removal)하는 것이 모두 필요하다./IPCC 지구 온난화 1.5ºC 특별 보고서

◇ 한국도 친환경 콘크리트 도입중

한국에서는 지난해 8월 환경부가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 기술로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재활용을 정책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정책에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시멘트나 콘크리트 등 건설용 자재를 만드는 것도 포함됐다.

지난 5일에는 롯데건설이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위드엠텍'과 함께 시멘트 비율을 낮춰 일반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이 90% 적은 콘크리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GS건설은 지난해 '카본큐어와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해 탄소저장 콘크리트 제조기술을 상용화할 것'이라 밝혔다.

국제환경단체인 '카본180′에서 활동하는 아누 칸 활동가는 "저탄소 콘크리트 개발은 더 넓은 탄소 제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의미 있는 결과"라며 "공기 중의 탄소를 잡아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곳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탄소 발자국을 관리하는 카본 다이렉트의 수석 과학자 훌리오 프리드먼 연구원은 "직접 공기 포획 기술을 응용한 콘크리트 개발은 의미 있는 큰 성과"라며 "지금은 배출량 감소가 많지 않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