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추진하고 있는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과기의전원) 설립이 과학계와 의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KAIST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중심 의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사정원 확대 문제와 엮이면서 과기의전원은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만 신설에는 신중한 입장을 표시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KAIST의 과기의전원 설립에 힘을 보태면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계에서는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지만, 의사과학자가 정착하려면 실질적인 유인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IST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전 유성 KAIST 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과기의전원 설립에 관련 부처가 직접 나서라고 지시했다. 의사과학자 육성을 위해 KAIST 과기의전원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KAIST는 의학과 공학을 융합해 8년 과정의 과기의전원을 설립하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의대 졸업생 3800여명 중 30명 정도만 의사과학자의 길을 택한다. 매년 120개 의대에서 1700여명의 의사과학자를 배출하는 미국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바이오 혁신은 의사가 아니라 의사과학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 업계에선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 바이오산업이 성장했다 하더라도 아직 해외시장에서 2~3% 정도의 점유율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고,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준에서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과학자가 일반적인 임상의사로 넘어가지 않도록 보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KAIST 과기의전원은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14일 개최한 바이오경제포럼에서도 화두였다. 당초 이날 포럼은 바이오경제 특별법이 주제였지만, 참석자들은 포럼 전후로 KAIST 과기의전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는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의사과학자가 기초 원천 연구를 하거나 기업으로 가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도 요구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생태계가 확립이 안 되면 다시 개업하는 쪽으로 가고, 사실상 의사과학자를 훈련시키는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박소라 인하대 의대 교수도 "제약 산업 활성화를 할 때 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만큼, 의사과학자는 필수적"이라며 "하지만 의사가 개업을 하거나 종합병원에 들어가면 몇 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데, 유인책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려면 보상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AIST 과기의전원 관련 정부부처 관계자들도 의견을 나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 확대 문제나 입시 체계와 관련해 복지부와 교육부와의 협의도 필요해 어떤 식으로 추진이 가능한 지 검토하는 단계"라며 "의사과학자에 대한 보상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해외처럼 의사과학자로서 신약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성공 모델이 있으면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도 윤 대통령의 지시대로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 내에서도 의사과학자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며 "의대 정원 문제와 관련해서 의협과 협의를 신속히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