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NASA 과학임무 국장보를 퇴임한 토마스 쥐르뷔헨 박사./NASA

지난해는 어느 때보다 우주 패권 경쟁으로 뜨거웠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역대 최대 규모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관측 사진을 공개했고 50년만에 다시 시작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가 첫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 중국은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건설을 완료하며 우주에서도 '굴기'를 이어갔다.

한국도 첫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에 성공했다. 전 세계의 우주 개발은 이제 미지 세계의 탐사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우주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천체물리학자인 토마스 쥐르뷔헨(55) 박사는 이처럼 우주에 쏠리는 각국의 뜨거운 관심을 뒤로 하고 지난해 "자신보다 더 나은 리더십을 위해서"라는 말을 남기며 6년간 과학담당 국장보로 일했던 NASA를 떠났다.

한국과 미국의 우주 협력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쥐르뷔헨 박사는 "한국은 최고의 기술을 가진 중요한 국가로 미국과, 그리고 NASA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에서도 우주과학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전에 범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쥐르뷔헨 박사는 스위스계 미국인 천체물리학자로 스위스 베른대에서 물리학, 수학과 천문학 석사를, 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미국 미시간대 우주과학 및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로 수성의 화학 성분과 지질, 자기장을 조사한 우주 탐사선 '메신저'의 장비를 개발했다. 지난 2016년에는 미국립과학원에서 초소형 위성인 '큐브샛'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위원회의 의장을 맡았다.

쥐르뷔헨 박사는 같은 해 NASA의 과학임무 국장보(Associate Administrator)를 맡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일했다. 과학임무 국장보는 국장을 보좌해 한해 78억 달러(9조9000억원)를 쓰는 과학 임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쥐르뷔헨 박사는 역대 가장 오랫동안 일한 국장보로 최근 NASA하면 떠오르는 임무에는 모두 관여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발사부터 화성 착륙 로버 '퍼서비어런스', 인류의 첫 소행성 충돌 실험인 '쌍 소행성 궤도 수정 실험(DART) 우주선 프로젝트,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초기 임무를 총괄했다. 그는 20년간 사업 지연과 비용초과, 기술적 난제, 예산 삭감에 시달린 JWST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서 '닥터 Z'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는 화려한 조명만 좇지는 않았다. NASA가 수행한 수많은 크고작은 실패를 현장에서 함께 겪었다. 지난해 미국의 화성 탐사선인 '인사이트'가 최종 교신에 실패하며 임무를 마칠 때에도 쥐르뷔헨 박사는 임무를 수행한 과학자들과 함께 했다. 또 그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상업용 달 운송서비스(CLPS)는 아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2일(현지 시각) 쥐르뷔헨 박사가 퇴임한 직후 '닥터 Z는 NASA에서의 임무 몇 개가 실패했지만 괜찮았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모든 혁신을 중단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실제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이라며 우주개발에서 보상을 받지 않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31일 미국 우주과학 임무를 주도한 쥐르뷔헨 박사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지난해 9월 쥐르뷔헨 박사와 소행성 충돌 프로젝트 '다트(DART)' 팀이 프로젝트 성공을 확인하고 환호하고 있다./NASA, 데이비드 C. 보우먼

◇ 수많은 임무 성공의 비결은 '실패에 관대'

-NASA에서 37개의 임무를 맡아 진행했고, 54개의 임무를 새롭게 시작했다. 다시 시간을 돌려 처음 맡았던 임무가 무엇인지 기억하나.

"2016년 처음 맡았던 임무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과 함께 개발한 'GOES(정지궤도 운영 환경 위성)-East'였다. 말 그대로 지구 전체를 빙글빙글 돌지 않고 지구 상공의 한 점에 고정되어 기상을 관측하는 위성이다. 지금은 워싱턴DC 바로 위에 떠서 북미 대륙의 동부를 관찰하고 있다.

국장보로 취임하자마자 처음으로 맡은 임무였지만 의미가 꽤 있다. 사람들은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나. 그만큼 일기예보에 필요한 GOES의 데이터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GOES 임무는 발사를 앞둔 또 다른 임무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구를 관찰하는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6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임무를 꼽는다면.

"여러 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다. 현재 규모가 가장 큰 망원경으로 꼽힐 만큼 돈도 많이 들고 복잡한 임무였다. 국장보로 취임할 당시에는 JWST 임무 자체가 큰 어려움에 부닥쳐 있었다. 수많은 오류로 예산을 초과하며 여러 차례 발사가 연기됐다. 코로나19가 유행할 때는 관련 작업이 모두 중단되기도 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시간을 JWST에 할애하고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결국, 사람들이 본 것처럼 발사에 무사히 성공했고 JWST로 놀라운 사진을 얻는 데 성공했다. 긴 여정 끝에 성공해서 그런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포착한 타란툴라 성운. 가운데 파란색으로 밝게 빛나는 점들이 막 탄생한 별들이다. 주변의 붉은 지역은 곧 별을 뿜어낼 곳이다. 가시광선을 보는 허블 망원경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JWST는 파장이 긴 적외선을 쓰기 때문에 우주 먼지를 통과해 별을 관찰할 수 있었다./NASA

- NASA에서 맡았던 모든 임무가 성공했나.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발사에 실패한 임무는 다행히 단 한 개뿐이다. 가로·세로 각각 10cm, 높이 36cm인 초소형 위성 '큐브샛' 6기로 열대 저기압과 폭풍우를 관찰하는 'TROPICS(군집 소형위성을 활용한 강수 구조 및 폭풍 강도의 시간 분해 관측)' 임무다. 이 임무는 원래 관측용 큐브샛을 로켓에 실어 지구 저궤도로 쏘아올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큐브샛 2기를 실은 첫 번째 로켓 발사에 실패하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 당시 큐브샛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것은 도전이었다. 팀 모두가 의도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을 한 셈이다. 하지만 우려했던 것처럼 로켓의 윗부분이 고도에 도달하는 데 실패해 큐브샛이 모두 바다에 빠져버렸다. 나머지 4기의 큐브샛은 올해 5월 발사된다.

되돌아보면 실패하는 방법은 정말 많다. 내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정보를 잘못 해석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바로잡을 수 있었던 행운이 있어서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도 NASA에 행운이 있길 바란다. 우주 임무는 관리도 중요하지만 행운도 필요하다."

-지난해 한국에선 화성 무인 탐사용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의 책임을 맡은 미미 아웅 제트추진연구소(JPL) 프로젝트 매니저의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6년 동안 성공하지 못했지만 NASA가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던데.

"먼저 NASA가 혁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얘기해야 한다. 만약 프로젝트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가는 '혁신'의 과정이 필요하다. 화성에 보낸 헬리콥터 '인저뉴어티'를 만드는 것처럼 혁신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실패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실패해도 좌절하기보다는 당연하다고 여기고 실패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결국, 아웅 매니저를 포함한 팀원들은 인저뉴어티를 화성에서 조종하는 데 성공했고 이제 화성 표면의 시료 채취를 위해 인저뉴어티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인저뉴어티는 처음엔 5번의 비행을 목표로 만들었지만 지난 27일 41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인저뉴어티 프로젝트가 매우 자랑스럽다."

토마스 쥐르뷔헨 박사가 화성 헬리콥터 '인저뉴어티'의 날개가 담긴 액자를 보여주며 웃고 있다./조선비즈

◇동료와 국민을 위한 리더십 강조

- 2020년 NASA로부터 뛰어난 리더십 메달을 받았다. 리더십 노하우가 있다면?

"NASA에서 리더를 맡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일을 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첫 번째는 팀원에게 권한과 책임을 나눠주고 자율성을 높여 성과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세금으로 마련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임무를 수행할 동료들과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팀원들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임무를 진행하는 만큼 국민이 NASA를 자랑스러워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NASA의 일 때문에 세금을 낭비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어떻게 최고의 팀을 만들 수 있을지, 실제로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무엇인지, 작동하지 않는 기술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찾아 나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쥐르뷔헨 박사는 NASA에서의 마지막을 앞둔 지난해 12월 20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내가 NASA를 떠나는 이유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일'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쥐르뷔헨 박사는 정년을 많이 남겨두고도 가장 사랑하는 일을 떠나는 이유를 "리더 자리에 있으려면 획기적인 혁신을 가능케 하고 조직을 강하게 만드는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두 가지 질문에 예라고 답할 수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내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임무마다 개인 트위터에 관련 글이나 사진을 올렸는데 NASA 일에 대해 온라인에서 활발히 소통하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었나.

"임무만큼이나 나와 함께 임무를 진행한 사람들을 알리는 것이 목표였다.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지만 조명받아야 할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또 이런 이야기는 수십,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NASA에서 진행하는 임무와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관심을 둔 온라인상의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지난 10일 쥐르뷔헨 박사가 스페이스X의 소식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쥐르뷔헨 박사는 퇴임한 이후에도 우주 탐사 소식에 귀 기울이고 있다./토마스 쥐르뷔헨 트위터

- 앞으로 기대되는 NASA 임무를 꼽는다면.

"화성에서 직접 토양과 암석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퍼서비어런스' 임무다. 퍼서비어런스는 내가 처음부터 계획한 임무다. 로버가 화성에 가서 채취한 표본을 다른 우주선이 지구까지 가져오는 왕복 임무라 복잡했으나 지난해 12월에는 화성 표면에서 표본을 채취해 보관해두는 데 성공했다. 만약 표본이 성공적으로 지구에 도착한다면 화성에서 멸종한 박테리아 등 생명체의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2030년대 초에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의 실험실에 퍼서비어런스가 채취한 화성 표본이 전해지길 바란다."

-여러 임무를 지켜보면서 혹시 직접 우주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젊었을 때의 나에게 물었다면 답은 '아니오'였을 거다. 단지 우주에 있겠다고 몇 년 동안 훈련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훈련을 받고 나서도 우주에 가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그런데 요즘 스페이스X 같은 민간 기업에서는 몇 달 동안만 훈련받으면 우주에 갈 수 있지 않나. 만약 지금 누군가가 준비 기간이 짧은 우주여행 티켓을 준다면 바로 가고 싶다. 누가 표를 줬으면 좋겠다."

◇ 우주 산업 앞으로 3배로 커질 것... 한국, 기회 잡아야

- 전 세계적으로 우주 산업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탐사였다면 지금은 우주 자원을 개발하는 단계에 들어섰는데.

"향후 20년 안에 지금의 3배로 우주 산업이 커질 것이다. 그만큼 우주 자원을 활용할 기회도 많아질 텐데 각 나라가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발사 비용이다. 미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민간 우주 산업이 생겨나고 실제로도 비용면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발사 비용은 너무 비싸다. 만약 우주로 가서 금을 발견해 지구로 가득 담아오더라도 발사 비용이 많이 들어 손해를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 반드시 발사 비용이 지금보다 더 줄어 이익을 내는 구조가 돼야 한다."

- 어디서 자원을 찾을지도 중요할 것 같다.

"NASA는 화성과 목성 사이를 떠도는 소행성 '16 사이키(Psyche)'에 희귀 금속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달과 16 사이키를 포함해 태양계 내 천체에 자원이 있는지 탐사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말 NASA 국장보를 퇴임한 토마스 주르버큰 박사./NASA, 빌 잉걸스

-빌 넬슨 NASA 국장이 "중국이 달을 선점하면 미국을 쫓아낼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우주 연구를 하기 위해, 그리고 연구 분야를 계속 탐험하기 위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우주를 개발하려는 목적이 무엇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예전부터 국방 프로그램 등을 비밀로 하는 사례가 많았다.

미국은 우주 개발에서 중국과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우리가 남극이나 공해를 함께 연구하듯 우주도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우주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하는 '아르테미스 협정'을 시작했지만 현재 참가국의 뜻을 모으는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다"

◇ "한국은 최고 수준의 기술 보유국"...우주항공청 만들 땐 같은 실수 반복 말아야

-한국의 우주 개발 능력은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한국과 미국은 달 궤도를 도는 다누리를 포함해 태양과 다른 천체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헬리오물리학(Heliophysics)', 우주 정거장에서 태양의 코로나를 관찰할 기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 함께 일하며 한국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진 나라라고 생각했다. 매우 중요한 과학자도 많이 있다. 최근 NASA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한국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상하건대, 한국은 앞으로 NASA, 미국과 협력할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이 어떤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까.

"지구의 대기, 해양, 지질을 연구하는 지구과학 분야에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이 분야는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연구할 수 있는 만큼 지금보다 더 중요하게 연구되어야 한다. 한국 주변만 봐도 세계적으로 큰 오염원인 중국이 있지 않나. 또 전 세계가 계속해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대기과학을 연구해 탄소 배출량과 그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수면 상승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 해수면 상승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함께 국제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유능하고 중요한 나라이니 국경을 넘어 더 많은 분야에서 같이 연구하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NASA가 진행하는 임무 중 3분의 2가 국제 협력을 해야 한다. 여기서 한국이 더 많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토마스 쥐르뷔헨 NASA 과학임무 국장보는 평소 태양계를 주제로 한 양말을 즐겨 신었다. 지난 2021년 NASA 업데이트 방송 중 라이브로 포착한 그의 양말. /NASA

- 한국에서 곧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이 설립된다.

"한국의 우주 산업이 어떤지 세부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이 세운 목표에 도움이 되고 놀라운 과학을 할 수 있는 진취적이고 효율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지구과학을 연구하는 것처럼 국민이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

때때로 오래된 기관은 사업 운용 비용인 '관료적 간접비' 비율이 높다. 그러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간접비 비율을 낮춰야 한다. 새로운 기관을 설립하면서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지구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를 추진했지만 예비 타당성 심사에서 퇴짜를 맞았다. 국가적으로 우주 과학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산업이나 환경에서든 국민을 위해 어떤 목표를 세울지, 그리고 세계적인 우수성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조직을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조직에 어떻게 포함되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국의 내부 상황이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리더들이 모여 사람들이 가진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의 과학자들과 일을 여러 번 해봤다. 그들이 해왔던 것들을 존경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가진 기술력과 훌륭한 인재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큰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

-학자로서 지금까지 200편에 이르는 논문을 썼다. 앞으로 우주 분야에서 연구할 계획이 있나.

"아직 잘 모르겠다. NASA에서 연구 그룹을 꾸리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무사히 젊은 연구자들에게 넘기고 나왔다.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연구를 시작해서 프로젝트를 다시 가져올 생각은 없다. 그들이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다.

한편으로는 나는 훌륭한 연구자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미 있고 정교한 연구를 했지만 항상 나보다 더 나은 연구자들이 있었다. 오히려 나는 팀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도움이 됐다. 나 스스로도 연구 성과를 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JWST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JWST와 관련해 1000건이 넘는 제안서가 들어왔다. JWST가 잘 안됐다면 이 제안서에 담긴 연구 중 어떤 것도 실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연구를 도왔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래서 앞으로 교육 분야나 사람들이 커리어를 개발하도록 돕는 일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