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초기 단계인 1기의 완치율이 80%에 달하지만, 2기 60%, 3기 30%, 4기 10%로 발견이 늦을수록 완치율이 급격히 줄어든다. 암이 오래 진행되면 항암치료가 잘 듣지 않고 다른 장기로 옮겨가는 전이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30일 국제 학술지 ‘암 연구’에 폐암 세포의 성질을 바꿔 암의 전이를 막고 치료가 쉬운 세포로 바꾸는 방법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폐암은 전이 능력이 없는 상피세포가 전이할 수 있는 중간엽세포로 바뀌면서 진행된다. 이 과정은 세포에 여러 단백질이 작용해 세포 신호전달 체계가 바뀌면서 일어난다. 암 세포의 상태가 바뀌는 시기에는 상피세포와 중간엽세포의 특성을 모두 가진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는 줄기세포와 비슷한 능력이 있어 전이가 잘 일어나고, 약물 저항이 강해 폐암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KAIST 연구진은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를 표현하고, 암이 진행되면서 바뀌는 세포의 상태를 나타낼 수 있는 수학 모델을 만들었다. 수학 모델을 이용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세포 실험으로 세포가 바뀌는데 영향을 주는 신호 전달을 조절하는 요소들을 찾았다. 이를 역으로 활용해 세포의 상태를 반대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전략이다.
KAIST 연구진은 전이할 수 있는 세포를 다시 되돌릴 수 있는 ‘p53′ ‘SMAD4′ ‘ERK1/2′ 등 세포의 상태를 바꾸는 3가지 신호 전달 시스템을 찾았다. 이 3가지 시스템은 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로 바뀌는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암세포를 반대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은 처음 밝혀졌다.
실제로 약물을 사용해서 암세포의 상태를 바꿀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세포 실험도 했다. 불안정한 암세포 상태로 있는 폐암 세포에 ‘p53′의 활성을 높이는 약물, ‘ERK1/2′의 활성을 낮추는 약물을 사용하고, SMAD4′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활성을 낮췄다. 그 결과 전이 능력이 없고, 항암제의 효과가 높은 상피세포로 상태가 바뀌었다.
이 방법은 전이와 항암제 내성으로 치료가 어려워진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진은 SMAD4의 활성을 낮출 수 있는 약물을 찾아 동물실험을 할 예정이다.
조광현 교수는 “높은 전이 능력과 약물 저항성을 가진 폐암 세포를 전이 능력이 사라지고 항암 화학요법치료이 잘 듣는 상피세포 상태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며 “암 환자의 예후를 좋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ˮ고 말했다.
참고자료
Cancer Research, DOI : https://doi.org/10.1158/0008-5472.CAN-22-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