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환경DNA(eDNA)’를 손쉽게 조사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에마누엘레 아우콘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환경시스템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특수 케이지와 힘 센서를 이용해 나무에 착륙할 수 있도록 만든 드론 ‘eDrone’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드론을 활용해 14개의 나무, 21개의 육상동물 eDNA 샘플을 확보했다.
eDNA는 흙·침전물·공기와 같은 환경, 살아 있는 세포, 세포 외 DNA가 복합적으로 혼합된 유전 물질이다. eDNA 샘플에서는 세균, 박테리아, 진핵생물이 동시에 탐지할 수 있어 최근 생물 다양성 조사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향후 20년 안에 100만종의 생물이 멸종 위기에 처할 만큼 생물 다양성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eDNA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DNA를 분석하는 것은 주변 환경에 생물들이 적응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숲 캐노피 부분은 생물 다양성 조사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졌지만, eDNA를 확보하기 위해선 훈련된 등반가나 값비싼 기반 시설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드론을 이용하더라도 나뭇가지의 반동 때문에, 드론이 안정성을 잃고 뒤집혀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드론의 착륙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드론 하단에 특수 케이지와 힘 센서를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다. 4개의 회전날개로 구성된 쿼드콥터 프레임 아래 반구형 케이지를 만들었다. 케이지에는 힘 감지 센서가 장착돼 드론이 나뭇가지에 착륙할 때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다. 무게가 1.2㎏인 드론은 1~103 강성(N/m)을 지닌 나뭇가지에 착륙할 수 있는데, 힘 감지 센서가 가지에 착륙하지 못한다고 판단할 경우 비행경로를 바꾼다.
반구형 케이지 외부 표면에는 고마찰 재료가 접합됐다. 또 드론이 나뭇가지에 걸릴 수 있도록 케이지 프레임에 수직 캔틸레버를 달았다. 케이지는 착륙 안정성을 높일 뿐 아니라 나뭇잎이나 나뭇가지로부터 날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드론의 반구형 케이지 가장 바깥 부분에는 테이프나 가습 거즈와 같은 접착성 물질로 만들어진 eDNA 수집기가 있다. 드론이 나무에 착륙하면 이 접착성 물질이 착륙 면에 닿으면서 유전 물질이 붙게 된다.
연구팀은 개발된 드론으로 스위스 저지대 숲에서 나무 일곱 그루의 표본을 추출해 eDNA를 분석했다. 이 샘플에서는 절지동물 10종과 척추동물 5종이 식별됐다. 숲의 캐노피 부분의 나뭇가지 표면에서 eDNA를 수집하는 조사 활동은 숲의 생물 다양성을 적은 비용으로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해당 논문의 공동저자인 스테파노 민체프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는 “숲 캐노피는 생물 다양성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이지만, 연구가 부족한 상태로 남아 있다”며 “이번엔 비록 연구가 소규모로 수행됐지만, 지금까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던 숲의 생물 다양성을 감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Robotics, DOI: 10.1126/scirobotics.add57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