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 폴른 킹덤'의 한 장면. 티라노사우루스가 원숭이보다 대뇌 피질의 신경세포가 더 많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과학계에 논란이 일었다./유니버셜 스튜디오

영화 ‘쥬라기 공원’은 공룡이 집단사냥을 하고 먹잇감이 가는 길을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뛰어난 존재라고 묘사했다. 영화의 상상력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가 원숭이보다 지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 10일(현지 시각) “공룡이 오늘날 영장류와 비슷한 뇌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를 두고 과학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티라노, 지능 높았다” 연구 두고 논란

‘논란의 발달은 미국 반더빌트대 심리학과의 수자나 허큐라노-하우젤 교수가 지난 5일 국제 학술지 ‘비교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에 발표한 논문이다. 이에 따르면 육식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개코원숭이보다 뇌 신경세포 밀도가 높았다. 이 정도면 오늘날 까마귀처럼 공룡도 도구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은 논문의 전제나 계산이 잘못됐다며 반박했다. 동물의 지능은 이른바 ‘대뇌화 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 EQ)’로 비교해왔다. EQ는 체중과 뇌 용량 사이의 상관 관계를 보여주는 공식에서 예측한 뇌 크기를 실제 뇌 크기와 비교한 수치이다. 숫자가 클수록 예상보다 실제 뇌가 커 지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인간은 7.8이고 셰퍼드는 3.1이다. 공룡은 2.4에 그친다.

반더빌트대 연구진은 EQ로는 공룡의 지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위싱턴대 의대의 애슐리 모하르트 교수도 사이언스에 “뇌 크기는 몸 크기와 독립적으로 진화했다”며 “특히 멸종한 동물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위터에 올라온 공룡 연구 논문. 티라노사우루스의 대뇌피질의 신경세포가 개코원숭이보다 많았다는 내용을 두고 인터넷에서 논쟁이 벌어졌다./트위터 캡처

◇원숭이보다 대뇌 신경세포 많아

반더빌트대 연구진은 다양한 조류와 파충류, 포유동물의 뇌를 녹여 신경세포 수를 측정했다. 이를 근거로 공룡의 뇌에서 신경세포가 얼마나 있었는지 추산했다. 뇌용량은 공룡 두개골 화석을 찍은 컴퓨터단층촬영(CT) 사진으로 추정했다.

공룡의 뇌 신경세포 밀도는 육식공룡이 가장 높았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뇌무게가 343g밖에 되지 않지만 대뇌피질에 32억8900만개나 되는 신경세포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개코원숭이를 능가하는 수치다. 7000만년 전 살았던 수각류(獸脚類) 육식공룡 알리오라무스는 뇌 무게가 73g에 불과했지만, 피질 신경세포는 10억개 이상으로 꼬리감는 원숭이보다 많았다.

공룡은 크게 도마뱀과 비슷한 골반을 가진 용반목(龍盤目), 새와 비슷한 골반을 가진 조반목(鳥盤目)으로 나뉜다. 용반목은 다시 두 발로 걷는 티라노사우루스, 벨로키랍토르 같은 수각류 육식공룡, 긴 목을 가진 브론토사우루스, 디플로도쿠스 같은 용각류(龍脚類) 초식공룡 무리로 나뉜다.

반면 조반목은 이마에 뿔이 세 개 나있는 트리케라톱스와 온몸에 갑옷을 두른 모양의 안킬로사우루스처럼 용반목을 제외한 모든 초식공룡이 포함된다. 이름과 달리 오늘날 새는 조반목이 아니라 용반목에서 진화했다.

반더빌트대 연구에 따르면 수각류 공룡의 뇌는 오늘날 타조 같은 온혈 조류와 같은 법칙을 따른다. 반면 브라키오사우루스 같은 용각류 초식공룡은 냉혈 파충류와 유사했다. 수각류 공룡은 용각류나 조반목 공룡보다 뇌 신경세포가 훨씬 많았다. 사냥꾼이 더 지능이 뛰어났다는 말이다.

다양한 공룡과 영장류, 파충류의 뇌 무게(g)와 대뇌피질 신경세포수(M, 단위 100만). 육식공룡은 다른 공룡은 물론, 영장류보다 신경세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비교신경과학 저널

◇“새로운 시각” vs “전제, 수치 오류”

이번 연구를 두고 한쪽에서는 공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사한 연구라고 호평했지만, 다른 쪽에서는 전제나 수치가 모두 잘못된 연구라고 평가절하하는 의견도 나왔다.

스페인 고생물학박물관인 아라곤연구개발재단의 파비엔 놀 박사는 사이언스지에 “지금까지 공룡의 신경세포 수를 알아낼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의 척추고생물학 책임자인 스티그 월시 박사도 “신경과학자가 고생물학 자료를 분석했다는 점이 새롭다”고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진화생물학자인 애미 발라노프 교수는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반응을 의견을 보였다. 먼저 “티라노사우루스는 아마도 매우 민첩하고 지능이 뛰어난 포식자였을 것”이라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발라노프 교수는 “논문에서 뇌용량 추산에 쓴 자료들이 예전 것이라 공룡의 뇌 크기를 과대형가했다”고 지적했다. 반더빌트대는 2013년 자료에 근거했는데 발라노프 교수 연구진은 2020년에 그보다 발전한 자료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다른 과학자들도 결론을 내리기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위싱턴대 의대의 애슐리 모하르트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입증할 화석 증거가 더 필요하다”며 신경세포 밀도를 추산하더라도 이를 바로 공룡의 지능과 연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능은 신경세포의 연결과 같은 다른 요소도 작용한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Journal of Comparative Neurology, DOI: https://doi.org/10.1002/cne.25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