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로 제작된 한국형 최초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누리호는 두번째 도전 끝에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1500kg급 실용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됐다. 2022.6.21/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누리호 발사 성공과 달 탐사선 다누리 궤도 진입 성공,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이 2022년 한 해를 빛낸 대표적인 과학기술 뉴스로 꼽혔다. 특히 올해 자체 개발로 우주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은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은 각각 대국민 투표에서 득표율 1위와 2위를 차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는 28일 ‘올해의 10대 과학기술 뉴스’를 발표했다. 과총은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2005년부터 한 해 주요 연구개발 성과와 주목받은 과학기술을 매년 선정해 발표한다.

2022년 10대 과학기술 뉴스에는 과학기술 이슈 4건과 연구개발 성과 6건이 선정됐다. 과학기술 이슈 부문에서는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 ▲허준이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수출 4건이 뽑혔다.

연구개발 성과 부문은 ▲국산 최초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시험비행 ▲국내 생산 CAR-T 치료제를 통한 백혈병 치료 성공 ▲전기차 멀티 급속 충전시스템 개발 ▲고무 형태 고체 전해질 통한 전고체 전지 구현 ▲태양 빛·전기 이용한 미세플라스틱 고부가가치 화합물 변환 ▲양자암호통신 상용화 핵심기술 개발 총 6건이 선정됐다.

10대 과학기술 뉴스는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위원장으로 한 두 차례의 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치고, 과학기술인과 일반 국민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 이번에 실시한 대국민 온라인 투표에는 과학기술인 3963명(34.4%)과 일반 국민 7559명(65.6%)으로 총 1만1522명이 참여했다.

우주 개발 분야 득표율 압도적 1위… 명실상부 최대 이슈

누리호 발사와 다누리 성공 뉴스는 국내 과학기술계 최대 이슈로 선택됐다. 누리호 발사는 복수 선택이 가능한 과학기술인과 일반 국민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89.1%의 득표율을, 다누리 성공은 85.1%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올해 6월 21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는 한국이 자체 개발한 발사체로, 1.5t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력으로 개발한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총 11국이다. 그중에서도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태양동기궤도에 올릴 수 있는 중대형 액체 엔진을 개발한 국가는 7개국뿐이다.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는 이날 달 임무궤도에 무사히 안착했다. 지난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다누리는 ‘탄도형 달 전이 궤도(BLT)’를 채택한 달 탐사선이다. BLT는 태양 방향으로 항행하다 달로 선회하는 궤적으로, 궤적 설계 난도가 높다. 임무궤도에 안착한 다누리는 내달 1일부터 달 탐사 임무를 수행한다.

2022 맥아더상 을 수상한 허준이 미 프린스턴대 교수./맥아더 재단

◇ 허준이 필즈상과 SMR 개발·수출… 과학기술계 기대감 반영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뉴스도 온라인 투표에서 참여자의 83.6%가 선택해 올해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글로벌 과학 인재 양성에 큰 시사점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4년마다 수상자를 선정하는 필즈상은 수학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40세 미만 수학자에게만 주어져 노벨상보다 수상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수학계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꼽힌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증명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과학기술 이슈 부문에서 한국과 미국 정상이 차세대 원전 SMR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뉴스도 선정됐다. 한미 정상은 올해 5월 정상회담에서 “(원자력은) ’탄소 제로’ 전력의 핵심적인 원천”이라며 “청정에너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원자력 분야가 에너지 안보 시대를 준비하는 데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이미지. (현대차그룹 제공)

◇ 전기차·미세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산업기술도 10대 뉴스 포함

연구개발 성과 부문에서는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 미세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연구가 관심을 받았다. 현대차(005380)에서 개발한 ‘멀티 급속 충전시스템(E-GMP)’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전고체 리튬메탈전지’, 미세플라스틱 변환 기술 등이 포함됐다.

현대차의 E-GMP는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인 주행거리와 충전 시간을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800V 고효율 모터시스템을 개발해 급속 충전시간을 32분에서 18분으로 단축하고, 모터를 제어하는 전력반도체를 실리콘 반도체에서 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로 바꿔 주행거리를 5% 이상 향상시켰다.

김범준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전고체 리튬메탈전지는 2차전지에 휘발성이 높은 액체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화재와 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미래 기술로 평가받았다. 박찬범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미세플라스틱을 화학연료로 전환하는 기술도 고부가가치 산업에 필요한 기술로 꼽히며 10대 뉴스에 이름을 올렸다.

이우일 과총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과학기술이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국민이 과학기술 발전을 체감하는 한 해였다고 생각한다”라며 “내년에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장해 고부가가치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 발전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과학기술계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