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어스태드 미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석좌교수는 "2150년이면 150세까지 사는 인간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을 연구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미 앨라배마대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대한 대화’란 책에서 당시 주류 이론이던 천동설을 배격하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습니다. 갈릴레이의 ‘디알로고(Dialogo·대화)’처럼 심층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현재까지 공식적인 최장수 기록은 1875년에 태어나 1997년 122세 164일의 나이로 사망한 프랑스 여성 잔 루이즈 칼망이 가지고 있다. 평균 수명은 그보다 훨씬 짧다. 유엔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2.6세이다. 미 앨라배마대 생물학과의 스티븐 어스태드(Steven N. Austad·76) 석좌교수는 “2150년에 인류 최초로 150세에 도달하는 인간이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약이 개발돼 지금 살아있는 사람 중 한 명이 첫 번째 150세 기록을 세운다는 것이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어스태드 교수는 진지하다. 그는 진화생물학을 기반으로 노화를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어스태드 교수는 이미 실험동물의 수명은 20%까지 늘렸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지난달 국내에 출간한 저서 ‘동물들처럼(윌북)’에서 그보다 더 강력한 증거는 실험실 밖에 있다고 밝혔다. 바로 장수하는 동물들이다.

세포가 많으면 그만큼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고 생각했지만, 인간보다 몸무게가 70배나 되는 코끼리는 암에 걸려 죽는 비율은 5%도 안 된다. 사람은 그보다 2~5배이다. 땅속에 사는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수명이 32년으로,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 산다. 동물의 장수 비밀을 밝히면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어스태드 교수는 본지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50세에도 하늘을 나는 갈매기와 100년 넘게 대양을 누비는 고래처럼 인간이 건강하게 장수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코끼리거북보다 북극고래 배워라

책의 원제는 ‘므두셀라 동물원(Methuselah’s zoo)’이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에서 969세까지 살았다는 인물이다. 그처럼 오래 사는 동물이 실제로 있나.

“코끼리거북은 적어도 170세까지 살고 그린란드상어는 거의 400세까지 살 수 있다. 가장 오래 사는 포유류는 200세 이상 사는 북극고래이다. ”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은 지난 2019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북극고래의 평균 수명은 268년이라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척추동물 252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중 수명과 관련된 유전자 42개를 발견했다. 이를 바탕으로 동물의 수명시계를 만들었더니 북극고래의 수명은 기존 예상보다 57년 더 긴 268년 동안 살 것으로 예측됐다.)

오래 사는 동물은 거북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신진대사도 느린 경우가 많다. 오래 살려고 거북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다.

“코끼리거북이나 그린란드상어는 오래 살기는 하지만 건강한 장수에 대해 우리에게 가르쳐줄 게 많지 않다. 코끼리거북은 삶의 속도가 아주 느리다. 그렇게 오래 살면서도 평생 심장 박동이 80년을 사는 사람의 5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린란드상어는 80세 노인보다도 이동 속도가 느리다. 평생 심장박동수가 사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잠에 빠져서 몇 년 더 살 수 있다면 그런 장수를 어느 누가 바라겠는가. 우리는 단순히 존재를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도 함께 연장하기를 원한다.”

북극고래는 200세 이상 산다. 거북은 신진대사가 느려 오래 살지만 북극고래는 찬 바다에서 살기 위해 대사율이 높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건강하게 오래 사는 동물에서 장수의 지혜를 배우고 있다./노르웨이 극지연구소

그렇다면 장수에 대해 교훈을 줄 동물은 어떤 종류인가.

“요즘 생의학 실험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종은 수명이 짧고 급속히 노화하는 생물종들이다. 이런 종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장수하는 동물들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포유동물인 북극고래가 대표적인 예이다. 몸이 차가워지면 대사도 느려지는 코끼리거북 같은 냉혈동물과 달리 추운 물에 사는 포유류는 37도의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대사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추운 바다에 사는 대형 고래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3배 정도 많이 먹는다. 이제까지 생각보다 대사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북극고래는 대단히 성공적으로 노화한다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측면에서 인간보다 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생물 종으로부터 잠재적으로 배울 것이 아주 많다. 물론 고래를 실험실로 데려와 실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세포는 배양접시에서 키울 수 있다. 요즘에는 배양접시에서 동물의 세포를 연구해서 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 점에서 암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사는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코끼리는 왜 몸집이 사람보다 훨씬 크고 세포도 많은데 암에 덜 걸릴까. 이른바 페토의 역설(Peyo’s paradox)을 어떻게 설명할까.

(197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의 리처드 페토 박사는 동물원이나 자연에서 죽은 코끼리를 부검해 암으로 죽은 경우가 5% 미만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몸무게가 코끼리의 70분의 1에 불과한 인간은 그 비율이 11~25%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페토의 역설이라 불렀다.)

“정말 흥미로운 질문이다. 신체의 거의 모든 세포가 치명적인 암세포로 바뀔 수 있다. 페토의 역설은 인간보다 훨씬 많은은 세포를 가진 코끼리나 고래 같은 대형 동물들이 생각보다 암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왜 그럴까. 코끼리의 경우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암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TP63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는 세포의 DNA가 손상된 것을 감지하면 세포 복제를 차단한다. 사람의 암은 대부분 TP53이 손상을 입어 더 이상 이런 보호 작용을 하지 못하는 세포에서 발생한다. 사람에게는 TP53 유전자가 2개 있다. 하나는 어머니로부터, 하나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코끼리도 TP53이 있는데 사람과 달리 각각의 부모로부터 20개씩 물려받는다. 어쩌다 그 TP53 중에 하나가 손상을 입더라도 여벌이 넉넉하게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고래는 TP53을 여러 벌 갖고 있지 않다. 분명 암에 저항하는 다른 방법을 갖고 있을 것이다.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어린 주머니쥐를 들고 있는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 주머니쥐는 태어난 지 세 달만에 급격하게 늙는다. 어스태드 교수는 주머니쥐를 통해 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Steven N. Austad

암에 강한 코끼리와 두더지쥐 연구

-땅속에 사는 작은 동물인 벌거숭이두더지쥐도 암에 안 걸리기로 유명한 동물이다. 이름처럼 몸에 털이 거의 없어 볼품없는 생김새이지만 수명이 32년으로 같은 몸집의 쥐보다 10배나 길다. 사람으로 치면 800세 이상 사는 것이다. 암에도 걸리지 않고 통증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 벌거숭이두더지쥐가 몸집이 훨씬 큰 기린과 수명이 비슷한 것은 연간 돌연변이율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데.

“역시 대단히 훌륭한 질문이다. 먼저 최근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고 가자. 지난 4월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동물의 돌연변이율이 그 종의 수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신진대사율, 뇌의 상대적 크기를 포함해 일련의 다른 특성들도 종의 수명과 비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온다. 매력적인 가설이기는 하지만 돌연변이율이 수명을 결정한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질문한 대로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암으로부터 아주 잘 보호를 받는 듯하다. 우리는 이런 항암 능력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다른 세포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세포의 복제를 멈추게 만드는 유전자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사람의 세포에도 있는 특성이다. 이것을 ‘접촉 저해(contact inhibition)’라고 한다. 암세포가 잃어버리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벌거숭이두더지쥐는 이런 접촉 저해가 극단적으로 나타난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세포는 정말 다른 세포와 아주 살짝 닿아도 즉각 복제를 멈춘다.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항암 능력은 ‘고분자량 히알루론산(high molecular weight hyaluronan)’ 분자 때문으로 보인다. 히알루론산은 인간에게도 풍부하게 존재하는 분자이다. 피부를 생기 있고 유연하게, 관절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는 성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벌거숭이두더지쥐의 히알루론산은 다르다. 분자가 아주, 아주 크다. 그래서 고분자량 히알루론산이라고 부른다. 고분자량 히알루론산을 생산하게 만드는 벌거숭이두더지쥐의 유전자를 생쥐 세포로 옮겨주면 그 세포 역시 벌거숭이두더지쥐와 비슷한 접촉저해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고분자량 히알루론산이 암을 이기는 열쇠인가.

“이 발견이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한 가지 이유는 벌거숭이두더지쥐처럼 평생을 땅 밑에서 사는 또 다른 설치류인 눈먼두더지쥐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종은 벌거숭이두더지쥐보다 항암 능력이 더 강하지만 고분자 히알루론산을 생산하지 않는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가까운 친척도 아니다.

두 종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산소 농도가 낮은 지하실 같은 환경에서 생존하는 능력이다. 땅속 깊숙한 곳에 있는 굴은 신선한 공기를 환기하기가 어렵다. 호흡하면 할수록 굴 속의 산소가 고갈될 텐데, 어쨌든 살아남는다. 나는 이렇게 낮은 산소 농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이 항암 능력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른 종에서는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작동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만성적으로 산소 농도가 낮은 환경에 사는 종들은 그런 상태에서 세포를 보호하는 방법을 진화시켰고, 이것이 그들의 항암 능력에 기여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500년을 사는 아크티카 조개를 들고 있는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 과학자들은 이 조개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할 단서를 찾고 있다. 이 조개는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단백질 잘못 접힘을 유도해도 이겨낸다. /Steven N. Austad

늙은 쥐 회춘시키는 젊은 피

-아니면 유전자 돌연변이가 적게 생기고 이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오래 사는 비결인가. 결국 인간이 장수하려면 유전자를 변형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만약(이 ‘만약’을 강조하고 싶다) 돌연변이를 줄이는 것이 장수의 열쇠로 밝혀진다면 우리에게 이미 존재하는 항암 유전자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돌연변이가 일어난 세포를 자살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돌연변이에 대한 세포의 저항성을 높여주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우리 몸은 이미 이런 일을 하고 있다. TP53 유전자가 암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앞으로 세포가 돌연변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연구는 인간의 건강 수명을 늘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멀리 우주여행을 떠나는 우주비행사들이 암을 피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지구 대기의 보호에서 벗어나면 바로 엄청난 우주방사선에 노출된다. 우주방사선은 세포에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암을 유발한다. 따라서 화성 같은 행성으로 장거리 여행을 떠나는 우주비행사를 보호하는 일과 지구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게 돕는 일은 목표가 일치한다.”

-동물실험에서 젊은 개체의 피나 척수액을 나이든 개체에 이식하면 노화가 역전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젊음의 샘을 발견한 것인가.

“맞다. 아주 흥미로운 실험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건강상의 이점이 젊은 피 덕분이었는지, 아니면 늙은 피에 들어 있던 독성 물질이 희석된 것 덕분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사실 최근 연구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험에서 늙은 동물에게 혈액 대체제를 수혈했더니 젊은 피를 받았던 동물과 마찬가지로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 그렇다면 피가 모든 장기를 거치면서, 그리고 늙은 동물에서는 다양한 기능에 장애가 있는 장기를 거치면서 죽은 세포 또는 그 일부가 피 속으로 떨어져 나온다고 보는 것이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이런 죽은 세포 조각들이 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별다른 병이 없는 상태에서 피에 염증 관련 물질이 증가하는 이른바 ‘저강도 염증(low-grade inflammation)’이 노화의 핵심적 특징이라고 알려져 있다. 늙은 장기와 조직에서 나온 이런 해로운 부산물을 희석해주면 건강상의 이점이 있을 거라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반면 젊은 피에 건강을 증진시키는 성분, 또는 그런 성분들의 조합이 들어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앞으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여기서 ‘성분 조합(combinations of components)’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만약 그것이 단순한 것이었다면 이미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성장분화인자(GDF)11이라는 단일 성분이 건강을 증진시키는 화학물질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이 해당 연구 결과를 재현할 수 없었다. 과학에서 재현 불가능한 발견은 발견으로 치지 않는다.”

잉꼬와 함께 있는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 새는 나이가 들어도 활력이 떨어지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대표적인 동물이다./Steven N. Austad

노화는 질병이 아니다

-최근 노화를 하나의 질환으로 간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겠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이에 동의하는가.

“나는 노화가 질병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일어나는 일을 질병이라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그와 비슷한 이유로 여성들 또한 폐경(완경)을 질병이라 부르는 것에 반대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노화를 질병이라 부르는 것은 마케팅 상의 실질적 이점을 갖고 있다. 가장 큰 이점은 규제기관에서 건강과 관련된 ‘상태(condition)’보다는 ‘질환(disease)’에 대해 약을 승인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노화를 마치 질환처럼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승인받을 가능성이 보인다면 대형 제약회사들은 새롭고 더 나은 항노화 약물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여전히 노화를 질환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노화의 원인을 찾아 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치료제나 치료기법이 개발돼도 의약품이나 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지 못하지 않을까.

“현재로서는 그렇다. 하지만 FDA를 방문해서 그들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보니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노화연구인 제로사이언스(geroscience)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에 대단히 관심이 많고, 그 발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일단 치료를 통해 사람에서 노화의 여러 가지 측면을 지연하거나 막을 수 있다는 입증 가능한 증거가 나오면 FDA 승인을 받는데 장애물이 될 것 같지는 않다.”

-노화와 질환을 우리 몸에서 세포보다 더 많이 있는 장내 세균을 통해 바라보는 연구자들도 있다. 장내 세균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병을 막고 노화를 억제하자는 것이다. 대변 이식이나 대변 의약품이 노화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노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현재로서는 어떤 아이디어든 잠재적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대변 이식은 대변 의약품보다 해답이 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대부분의 신체 작용이 내장 깊숙한 곳에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데 대변 이식은 거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인간의 장내 세균이나 연구가 훨씬 덜 이뤄진 곰팡이는 실제로 음식의 대사산물 중 어느 성분을 몸으로 흡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현재는 여러 핵심 세균을 실험실에서 배양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세균 중에 실험실 배양법을 알고 있는 세균의 비율은 아주 낮다. 앞으로 더 나은 세균 배양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연구가 투입되기를 바란다.”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가 젊은 시절 사자와 함께 있는 모습. 그는 UCLA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TV와 영화에 나오는 동물을 조련하는 일을 했다. 이때 경험으로 다시 대학에 진학해 생물학을 공부했다./Steven N. Austad

수명 20% 늘어난 세상에 대비해야

-과학이 사람의 수명을 얼마나 늘릴 수 있다고 보나.

“나는 추가로 20% 정도 더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기대수명은 100년 정도이고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150세까지 사는 것이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실험실 동물의 수명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20% 정도까지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들을 모두 인간에게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는 가능하리라 본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 사회 전반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수명이 늘어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장수 시대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이미 인구집단의 노화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오로지 전통적인 의학의 발전 덕분에 우리가 더 오래 살게 된다면, 이런 문제들이 몇 곱절로 커질 것이다. 우리는 분명 더 오래 살게 된 사람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최대한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길어진 수명에 따른 문제점과 가능성을 모두 부정하며 사는 것 같다.

전 세계 국가들의 은퇴연령만 봐도 이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0년 동안 건강 기대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은퇴연령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만 봐도 요즘 75세의 기대수명은 미국 정부에서 은퇴 프로그램을 시작한 1935년 당시 65세의 기대수명과 같다. 그 사이 은퇴연령은 고작 2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내가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우리의 건강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면 사람이 거치는 공통의 인생 궤적도 따라서 진화할 것인지 여부이다. 사람들은 보통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학교에 들어가고, 직장에 들어가고, 결혼하고, 결국 은퇴하는 궤적을 거친다. 백 년 후에는 이것이 낡은 개념이 될 수도 있다. 그때가 되면 직업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필요하면 여러 번 다시 학교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를 갖는 것을 몇십 년 뒤로 미루거나, 아이를 두 번의 시기로 나눠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은 직장을 잡고 인생 초반에 낳고, 나중에 처음 낳았던 자식들이 다 커서 집을 나가게 되면 아이를 또 낳는 것이다.

은퇴에 대해서도 새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은퇴자들이 생산적인 역할을 맡을 방법을 별로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은 상당히 큰 인적 자본을 낭비하는 일이다. 나는 은퇴자들의 지식을 이용할 방법들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2150년에 150세 인간이 출현하느냐를 두고 5억달러(한화 약 6400억원)짜리 내기를 건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왼쪽)와 스튜어트 올샨스키 교수. 어스태드는 출현한다에, 올샨스키는 불가능하다에 돈을 걸었다. 상금은 후손이 받는다./미 앨라배마대, 일리노이대

시장조사 기관인 P&S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항노화 시장은 2020년 1944억달러(약 250조원)에서 매년 8.6%씩 성장해 2030년에는 4228억달러(544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항노화 기술은 질병 치료뿐 아니라 미용, 화장품 산업에서도 엄청난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실리콘밸리 노벨상이라는 브레이크스루상을 만든 유리 밀너,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같은 억만장자들이 항노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어스태드 교수의 후손도 항노화 시장의 성장에서 혜택을 받을 것 같다. 그는 2000년 한 학술지에 “2150년까지 인간의 최고수명이 150세에 도달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스튜어트 올샨스키(Stuart Jay Olshasnky·69) 일리노이대 보건대 교수가 전화를 걸어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엄청난 내기를 시작했다. 각자 150달러씩 내서 150년간 주식시장에 묻어두기로 했다. 20세기처럼 주가가 상승하면, 150년 뒤 이 돈은 5억달러(한화 6442억원)로 불어날 수 있다. 2150년에 150세 인간이 출현하면 어스태드의 후손이, 그렇지 않으면 올샨스키의 후손이 그 돈을 차지하기로 했다. 어스태드 교수는 “동물실험에서는 이미 인간으로 치면 150세에 해당되는 생쥐를 만들어냈다”고 승리를 장담했다.

스티븐 어스태드 교수는

미국 앨라배마대 생물학과 학과장이자 석좌교수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택시기사와 신문기자, 사자 조련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TV와 영화에 출연하는 사자를 조련하다가 생물학에 관심이 생겨 다시 캘리포니아 주립대에 입학했다. 박사학위는 퍼듀대에서 받았다. 뉴멕시코대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하버드대 조교수를 거쳐 아이다호대, 텍사스대에서 교수를 지냈다. 2014년 앨라배마대로 옮겼다. 하버드대 교수로 있을 때 생태학자로는 드물게 노화 연구를 시작했다. 세포생물학자나 생화학자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노화 연구를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텍사스대 바숍 장수·노화연구소장으로 원숭이와 생쥐의 수명을 연장하는 실험을 지휘했다. 저서로 ‘인간은 왜 늙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