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국 LA에서 열린 보령 CIS 챌린지에 참가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이 박사는 이날 우주정거장에서 겪은 신체 변화와 실험을 소개했다./보령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44) 박사가 국내 진단 업체에 합류했다. 이 박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케어 인 스페이스(CIS) 챌린지’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에서 한국 의료 진단업체인 노을(noul)의 사업개발과 파트너십 담당(managing director)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2008년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서 11일간 다양한 과학실험을 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2년 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으로 지내고 카이스트 겸임교수를 거쳐 2012년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이듬해 한국계 의사와 결혼해 현재 시애틀에 살고 있다.

노을은 말라리아 진단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적혈구 사진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말라리아 원충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 박사는 “무전력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 장점”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 진단에서는 주로 세포를 액체 시약으로 염색하고 물로 씻은 뒤 현미경으로 관찰한다. 노을은 현미경 검사를 전문 인력이나 상하수도 시설이 필요 없는 고체 염색법으로 대체했다. 젤 형태인 염색약을 도장처럼 누르면 염색이 되도록 했다. 노을은 지난 12일 아프리카 가나의 국립감염병연구소와 말라리아 현장진단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카메룬에 이은 세 번째 아프리카 시장 진출이다.

이 박사는 처음엔 노을이 미국에 진출하는 것만 도우려 했지만, 생명과학 전공을 살려 개발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노을은 현재 미국 제약사와 아프리카에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 박사는 “바이오 업계에서도 우주인 경력이 큰 도움이 된다”며 “면담을 요청하면 인터넷에서 내 경력을 검색하고 다 만나준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미국 LA에서 열린 보령 CIS 챌린지에 참가한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 이 박사는 보령이 특정 과제에 좀 더 집중해야 실력있는 스타트업들이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보령

이 박사는 이날 보령이 주최한 CIS 챌린지’ 행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으로 지난 4월 순수 민간 우주여행을 이끌었던 마이클 로페즈 액시엄 스페이스 부사장과 함께 생생한 우주 경험담을 소개했다.

이 박사는 “시애틀에서 LA까지 오면서도 멀미로 고생하는데 어떻게 우주를 다녀왔는지 신기할 따름”이라며 “처음 2~3일은 무척 힘들었지만 나중에 키가 1인치(2.54㎝) 이상 커진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우주정거장에는 아래로 당기는 중력이 거의 작용하지 않아 키가 커진다. 하지만 이 박사는 “키는 커졌지만 그로 인해 등의 통증도 심각했다”며 “착륙할 때 제대로 걷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이소연 박사는 보령의 CIS 챌린지에 대해 “미국 관점에서 보면 특정 분야나 과제에 대한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주 분야에서 실력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단지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스타트업들은 투자와 함께 그들의 네트워크를 본다”며 “대회에서 수상하면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인정받았다고 자부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한국 스트타업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기업과 팀을 이뤄 특정 과제를 해결하는 해커톤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주어진 문제를 제한된 기간 안에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다. 이 박사는 “스페이스X처럼 민간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보여줘야 한국 우주개발이 발전할 수 있다”며 “보령도 잘하는 것을 찾아 집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