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 '네이처'가 15일 올해 전 세계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한 10명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발표했다. 네이처는 "올해의 인물은 상을 주거나 순위를 매기는 게 아니라 과학계의 주요 사건을 강조하고 설득력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선정한 것"이라며 "올해 과학의 주요 발견과 이정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올해의 인물 10명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건 제인 릭비(Jane Rigby) 미 항공우주국(NASA) 제임스웹 운영 프로젝트 담당 연구원이다. 제임스웹은 우주를 향한 인류의 새로운 눈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 등이 25년간 13조원을 들여서 만든 세계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올해 1월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관측지점에 도착한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우주의 모습을 지구로 보내고 있다.
릭비는 제임스웹 운영 담당 연구원으로 제임스웹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프로젝트가 지지부진하던 2010년부터 합류해 제임스웹이 무사히 우주로 향하는 걸 도왔다.
릭비가 아니었다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 지 알 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릭비는 망원경의 이름을 언급하는 걸 꺼린다. 그녀 자신이 퀴어이기 때문이다. 제임스웹은 NASA에 재직하던 1950~1960년대에 성소수자를 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런 제임스웹을 기리는 이름이 붙었기 때문에 망원경의 이름을 언급하는 걸 꺼리는 것.
하지만 그녀가 계속 제임스웹 프로젝트를 맡는 건 천문학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우주가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는 소속감이 있다"며 "많은 성소수자 과학자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을 고려하면 이런 수용감과 안정감이 중요하다. 나의 정체성은 우주의 일부이고 더 큰 이야기의 일부라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이들도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살리물 훅(Saleemul Huq) 국제기후변화발전센터 소장은 지난달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에서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를 보상할 기금을 만들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키스탄에서 태어난 그는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개도국과 섬나라를 대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표 기후학자인 스비틀라나 크라코프스카(Svitlana Krakovska)는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의 원인이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걸 명확히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화석연료 전쟁'이라고 명명하고 기후 위기와 연관시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기후위기와 맞서 싸웠다. 네이처는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가리켜 인류의 양심으로서 역할을 받아들였다고 평가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COP27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선진국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수출이 막히면서 전 세계에서 수백 만명이 기아의 위기로 몰리자 곡물 수송을 위한 보호 통로 설치에 나선 것도 구테흐스 사무총장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나선 이들도 있다.
윈룽 차오(YUNLONG CAO) 베이징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 연구에 큰 기여를 했다. 디미에 오고이나(DIMIE OGOINA) 나이지리아 니제르델타대 교수는 엠폭스(원숭이 두창) 연구와 방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환자 주도의 코로나19 연구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리사 맥코켈(Lisa McCorkell)도 올해의 인물에 이름을 올렸다.
다이애나 그린 포스터(DIANA GREENE FOSTER) 빅스비 인구과학연구소장은 임신중지에 대한 연구로 주목받았다. 임신중지가 여성에게 해롭지 않다는 걸 입증해 낸 '턴어웨이'는 2021 미국출판협회 프로즈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연구는 올해 미국 대법원이 임신중지권 판례를 폐기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그녀는 대법원이 판례를 폐기한 직후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임신중지에 성공한 사람들과 임신중지를 계획했지만 하지 못한 사람들을 비교해 임신중지 권리를 되찾는데 필요한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이외에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데 성공한 미 메릴랜드의대 연구팀의 무하마드 모히우딘(Muhammad Mohiuddin) 교수와 미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알론드라 넬슨(Alondra Nelson) 실장도 올해의 인물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