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선에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탑재한 건 다누리가 처음입니다. 편광카메라로 달을 보면 달 표면에 대한 정보를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어요. 달 표면은 대기가 없어서 운석이 와서 충돌하는 경우가 많은데, 편광카메라로 달 표면을 보면 얼마나 많은 충돌이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달에 사람이 거주하는 영구기지를 지을 후보지를 어디에 세울 지 편광카메라로 관측한 데이터가 쓰이는 겁니다.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선임연구원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의 달 임무궤도 진입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다누리 제작과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만큼이나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을 간절하게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를 만들고 실제 운영할 연구원 관계자들이다.

다누리가 무사히 달 임무궤도에 진입하면 내년 1월부터 연말까지 1년에 걸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다누리가 달 궤도를 쉴 새 없이 도는 동안 다누리에 실린 6개의 탑재체가 그 주인공이다.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 역시 미 항공우주국(NASA)이 만든 섀도우캠을 제외하면 모두 국내 기술진이 만든 것들이다.

올해 8월 발사를 앞둔 다누리가 발사장 이송 전 최종 점검 작업을 수행 중이다. /항우연 제공

다누리 탑재체는 단순히 달 탐사를 넘어서 달 착륙과 달 기지 건설, 자원 개발 등 장기적인 목표의 임무를 가지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광시야 편광카메라는 달 뒷면의 편광 촬영에 나선다. 지구를 마주보고 있는 달의 앞면은 편광 관측이 이뤄진 적이 있지만, 뒷면은 아직까지 편광 관측을 한 적이 없다. 편광카메라는 달 표면의 무수히 많은 입자를 분석해 달의 진화과정과 토양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민섭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편광카메라를 이용하면 우주 풍화 작용도 연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향후 달에 세울 기지의 안전성을 도모하는 데이터를 모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만든 감마선 분광기도 관심을 모은다. 앞서 아폴로 15호 등 다른 달 탐사선도 감마선 분광기를 싣고가 달 표면의 원소를 측정한 적이 있지만, 물과 같은 저에너지 원소는 측정하지 못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만든 감마선 분광기는 저에너지인 30keV에서 고에너지영역인 12MeV까지 감마선 측정이 가능하다. 달 탐사선 중 처음으로 달의 물 지도를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감마선을 분석해 중성자가 수소와 충돌한 것이 확인되면 그 주변에 수분이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며 "이런 식으로 수소를 분석해 달의 물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달의 물 지도가 중요한 건 물 지도가 곧 수소의 지도가 되기 때문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각국이 달에 상주 기지를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수소를 자원으로 써야 한다"며 "물 지도를 그리는 건 상주 기지 건설을 위한 자원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항우연이 직접 개발한 '고해상도 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는 직접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임무를 맡았다. 이 고해상도 카메라를 만드는 곳은 항우연 내에서도 보안등급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그만큼 첨단 기술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다누리에 실린 고해상도 카메라(LUTI, LUnar Terrain Imager)로 촬영한 지구와 달의 모습. /항우연 제공

항우연의 고해상도 카메라는 두 대로 구성된 최대해상도 2.5m의 카메라를 이용해 관측 폭 10km까지 촬영이 가능하다. 달의 주요 지역을 촬영해 2032년 달 착륙 후보지를 찾는 게 주된 목표지만, 임무 중간중간 달이나 지구 같은 각종 천체 사진을 촬영해 대한민국의 심우주 탐사 여정을 알리는 역할도 맡고 있다.

허행팔 항우연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과거에는 미국에서 촬영한 자료를 받아서 탐사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이제는 우리가 만든 카메라가 촬영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연구진에게 필요한 자료를 바로바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심우주 탐사용 우주 인터넷(DTN) 실험을 진행한다. 기존 심우주 통신은 우주 탐사선과 지구의 지상안테나가 전파를 이용해 일대일로 통신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거리가 멀수록 전송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데이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ETRI의 DTN은 노드를 이용해 데이터를 나눠서 전송하는 방식을 택했다. 각각의 노드마다 저장장치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나눠서 보내면 중간에 통신이 끊기더라도 노드 단위에서 연결을 복구해 자동으로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있게 했다. 지난달 초에 다누리가 우주에서 BTS의 다이나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지구로 보낸 것도 DTN 방식을 이용한 것이다.

다누리의 다이너마이트 뮤비 수신 및 재생 장면. /항우연 제공

이병선 ETRI 우주탑재체연구실장은 "우주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지상안테나와 탐사선이 일대일로 통신하는 방식을 쓰기에는 지나치게 안테나가 많이 필요해진다"며 "DTN은 데이터 손실 없이 최종 목적지까지 통신을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 진호 교수 연구팀이 만든 자기장 측정기도 있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자기장 측정기를 이용해 달 표면의 이상 자기 영역을 관측하고 이를 통해 달의 진화 과정을 연구할 데이터를 얻게 된다.

6개의 탑재체 중 유일하게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만든 섀도우캠은 달 극지 촬영에 나선다. 달에는 1년 내내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있는데, 이 지역에는 얼음의 형태로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섀도우캠은 달의 마지막 미탐사 지역인 영구음영지역에 대한 탐사를 맡았다.

다누리 임무운영을 담당하는 조영호 항우연 책임연구원은 "다누리가 임무궤도에 무사히 안착하면 1월 한 달 동안 시범운영을 거쳐 2월부터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며 "6개 탑재체를 운영하는 기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시간별로 어떤 임무를 수행할지 그때 그때 상황에 맞춰서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