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17일 새벽(한국 시각) 달 궤도 진입을 시작한다. 우주로 향한 지 135일 만이다. 다누리는 달에 도착하기 위해 직선 경로가 아닌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14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다누리는 이달 17일 오전 2시40분쯤 달 궤도 진입을 위한 기동에 들어간다. 다누리는 지난 8월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달에 도착하는 데에만 135일의 시간이 소요됐다. 지난달 16일 아르테미스 1호에 실려 발사된 미국 달 탐사선 오리온이 26일 만에 지구로 귀환한 것과 비교하면, 다누리는 훨씬 긴 시간을 이용해 달로 날아갔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달 궤도를 돌고 있는 모습의 상상도. 뒤로 지구가 보인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목표치보다 늘어난 중량에 직선거리보다 15배 긴 궤적 택해

다누리가 달 궤도에 도착하기 위해 항행한 거리는 누적 600만km에 달한다. 지구와 달 사이의 직선거리가 약 38만km인데, 직선거리의 15.7배를 더 날아서 달에 간 셈이다.

다누리의 누적 항행 거리가 직선거리와 크게 차이 나는 것은 늘어난 중량과 연관이 있다. 다누리의 원래 목표 중량은 500kg이었다. 하지만 개발과정에서 중량이 678kg으로 증가하면서, 연료를 아낄 수 있는 궤적이 필요했다.

다누리를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달탐사사업단이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선택한 궤적은 '탄도형 달 전이 궤도(BLT)'다. BLT는 1987년에 고안됐지만, 다누리 발사 전까지 이 궤적을 사용한 탐사선이 단 3개일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궤적이다. 연료는 아낄 수 있지만, 궤적 설계 자체가 어려워 자칫 잘못하면 탐사선이 궤적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8월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세종청사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달궤도선인 다누리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BLT는 지구에서 달을 향해 바로 날아가지 않고 우선 태양을 향해 가야 한다. 지구로부터 태양 방향으로 150만km 떨어진 지점에는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포인트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누리는 이 부근에서 궤적수정기동(TCM)을 통해 항행 방향을 바꿔 다시 지구 방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누리는 지구와 최대 156만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을 지나갔다.

다누리가 지구쪽으로 방향을 트는 이유는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 사용을 줄이며 달로 가기 위한 것이다. 궤적을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총 9차례의 TCM이 예정돼 있었는데, 이때 사용되는 연료는 다누리에 탑재한 전체 연료의 2~3%뿐이다. 그마저도 다누리가 순항하고 있어 4차례만 실시하고 나머지 TCM은 하지 않기로 결정돼 연료를 더 아낄 수 있게 됐다.

◇달 거의 도착한 다누리… 마지막 '급브레이크'가 관건

다누리가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는 대신 아낀 연료는 어디에 쓰일까. 달 궤도에 도착한 다누리는 달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달진입기동(LOI)를 실시해야 한다. 이때 다누리가 가진 전체 연료의 17.5%를 사용한다. 600만km에 달하는 긴 항행보다 속도를 줄이는 '급브레이크'에 더 많은 연료가 쓰이는 것이다. TCM 전 과정에 2~3%의 연료가 사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많은 양의 연료가 한꺼번에 분사되는 것이다.

많은 양의 연료를 한 번에 쓰는 것은 다누리의 속도가 완전히 줄어들어야 달 궤도에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달 궤도에 진입하기 전 다누리의 비행 속도는 약 시속 8000km 정도인데, 첫 번째 LOI 때 속도를 시속 7500km까지 줄여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다.

지난 8월 29일 오후 2시 다누리가 지구로부터 130만km 거리에서 촬영한 지구와 달 사진. /항우연 제공

속도를 줄이는 동시에 다누리는 달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서 궤도에 진입해야 한다. 달은 시속 3600km로 지구를 돌고 있다. 총알의 속도를 보통 시속 1800km로 보면 총알의 두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다누리와 달 모두 빠르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궤도에 진입하는 순간 작은 차이만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항우연이 LOI가 다누리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만약 다누리가 첫 번째 LOI에서 감속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우주로 튕겨나가고, 너무 감속해버리면 그대로 달로 고꾸라진다. 첫 번째 LOI는 오는 17일 오전 2시 40분쯤 실시될 예정이다. 이후 다누리는 달 주변을 긴 타원형을 그리며 돌다가, 무사히 궤도에 안착하면 이달 말부터는 달 지표면 100km 상공을 원형으로 돌게 된다. 이후 다누리는 내달 1일부터 달 탐사 임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