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근육 섬유 방사 후 모습과 이를 기반으로 제작 가능한 다발의 모습. /카이스트(KAIST) 제공

현재까지 과학계에 보고된 것들 중 인간 근육과 가장 유사하면서 최대 17배 강한 힘을 보이는 ‘헤라클레스 인공 근육’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김상욱 신소재공학과 교수팀과 안석균 구산대 응용화학공학부 교수팀이 공동 연구를 통해 그래핀-액정 복합섬유를 이용한 새로운 인공 근육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동물 근육은 신경 자극에 의해 그 형태가 변하면서 기계적인 운동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이나 인공장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근육과 유사한 운동을 일으키기 위한 기술들이 개발돼왔으나, 지금까지는 주로 기계장치에 의존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유연성이 있는 신소재를 써서 생명체의 근육같이 유연하면서도 기계적 운동을 할 수 있는 인공 근육들이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 운동 범위가 동물 근육에 비해 제한적이고 강한 운동을 일으키려면 따로 에너지를 만들어 넣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 연구팀은 온도 변화에 따라 동물 근육처럼 큰 수축을 일으키는 물질에 고품질의 그래핀을 적용한 신소재를 만들었다. 이 소재를 이용해 만든 인공 근육은 레이저로 원격제어가 가능함과 동시에 인간 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의 17배를 발휘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인공 근육으로 1㎏짜리 아령을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신소재로 인공 근육뿐만 아니라 인공 자벌레를 만들었는데 이는 자연에 사는 자벌레보다 3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연구를 주도한 김 교수는 “이번 연구를 시발점으로 실용성 있는 인공 근육 소재를 로봇 산업 및 다양한 웨어러블 장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4차 산업 혁명에 따른 비대면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내용을 담은 논문은 지난 10월 27일 출간된 영국의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표지 논문으로 채택됐다. 공동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국내외 특허로 출원해 상용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는 강지형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유승화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안석균 부산대 고분자공학과 교수도 함께 참여했다. 제1 저자인 김인호 연구원은 해당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성과를 인정받아 현재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