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사상 처음으로 겨울에 열리는 월드컵 답게 조별리그부터 이변이 속출하며 어느 때보다 예측불가의 흥미진진한 월드컵이 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는 단 한 팀도 3승을 챙기지 못했는데, 1994 미국 월드컵 이후 처음이다.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지면서 전문가와 인공지능(AI)의 예측이 빗나가는 결과도 속출했다. 유럽과 남미 팀의 수월한 승리를 예측했던 전문가나 AI의 월드컵 개막 전 예측이 머쓱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16강 진출에 성공한 팀들 중 가장 큰 이변은 누구였을까. 영국의 국립 연구기관인 앨런튜링연구소는 AI 시스템을 통해 10만번의 토너먼트를 진행해 각팀의 16강 진출 확률을 전망했다. 예측 결과 진출 확률이 가장 높은 팀은 벨기에로 92.4%의 확률이었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번 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F조 3위를 기록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반면 벨기에와 같은 조에 있던 모로코는 16강 진출 확률이 28.1%로 탈락이 예상됐지만 2승 1무로 당당하게 조 1위를 기록했다.
다른 AI도 마찬가지 예상이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의 AI도 F조에서 벨기에의 16강 진출 확률을 85.1%로 가장 높게 봤고, 모로코의 진출 확률은 37.1%로 봤다. 하지만 모로코가 AI의 진출을 뒤집으면서 조별리그 최대 이변을 만들었다.
호주의 16강 진출도 AI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다. 앨런튜링연구소는 호주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21%로 봤는데, 이번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국가 중 가장 낮은 확률이었다. 모로코보다도 확률이 낮았지만 호주 역시 프랑스에 이어 D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같은 조의 덴마크는 16강 진출 확률이 73.7%(앨런튜링연구소)나 됐지만 튀니지보다도 낮은 조4위로 조별리그 탈락했다.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에서는 덴마크의 16강 진출 확률을 D조에서 가장 높은 80.2%로, 호주의 진출 확률은 가장 낮은 18.4%로 예측하기도 했다. AI의 예측을 완전히 빗나가는 결과였던 것이다.
독일을 떨어뜨린 일본과 우루과이를 집으로 돌려보낸 한국의 16강 진출도 AI의 전망을 비웃는 결과였다. 앨런튜링연구소는 일본의 16강 진출 확률을 32.1%로 봤는데, 같은 조의 스페인(76.8%), 독일(63.2%)을 감안하면 사실상 탈락한다고 예상한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조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한국도 16강 진출 확률이 36.3%로 같은 조의 포르투갈(80.6%), 우루과이(74.6%)에 비하면 확률이 희박했지만,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인스부르크대 연구팀도 H조 16강 진출 확률을 포르투갈(80.2%), 우루과이(76.3%), 한국(24.8%)의 순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보험사 로이즈는 월드컵 출전팀 선수들의 가치 등을 평가해 결과를 전망했는데, 16강 대진 8개 중 단 3개만을 맞히는데 그쳤다. 아르헨티나와 덴마크의 16강전을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아르헨티나와 호주가 맞붙게 됐고, 크로아티아의 상대는 독일이 아닌 일본으로 결정됐다. 마찬가지로 브라질의 상대는 우루과이가 아닌 한국이다.
스페인과의 16강전도 벨기에가 아닌 모로코가, 포르투갈의 상대는 세르비아 대신 스위스가 자리했다.
인스부르크대 연구팀의 AI 예측에 참여한 독일 도르트문트공과대학 안드레 그롤 박사는 “예측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이 예측의 본질이고, 그렇지 않다면 축구 토너먼트는 지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번 월드컵은 (이전과 다른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이전에 의미 있는 것으로 입증된 변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다르게 작동할 수 있어서 토너먼트 결과를 예측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