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유전 정보를 담은 DNA에서 특정 염기 하나만 교정할 수 있는 '초정밀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배상수 서울대 의대 교수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에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2월 수상자로 배 교수를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배 교수는 기존 유전자 가위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특정 DNA 염기 하나만 교정할 수 있는 '초정밀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전자가위는 DNA 내 특정 유전자를 정확하게 자르거나 편집하는 도구로 현대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발명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1990년대 초 1세대 유전자가위 '징크핑거'가 개발된 이후 2세대 '탈렌', 3세대 '크리스퍼'로 발전해왔으며 지금도 안전성과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다.
특히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표적 DNA의 염기를 다른 염기로 바꾸는 기술로 유전질환 치료나 질병모델 개발에 쓰이고 있다. DNA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타이민이라 불리는 4개의 염기가 선형을 이루는 구조를 띤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아데닌을 표적으로 하는지 혹은 시토신을 표적으로 하는지에 따라 2개로 구분된다. 배 교수팀은 시토신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가위는 정상적으로 시토신만 교정하는 반면, 아데닌을 표적으로 할 경우에는 아데닌뿐만 아니라 시토신까지 바뀌는 부작용을 지난 2019년 발견했다.
이후 배 교수팀은 연구를 통해 이러한 오작동을 일으킨 것이 '아데노신 탈아미노화 효소'라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효소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단백질 구조 때문에 아데닌을 표적으로 해도 시토신까지 한꺼번에 바뀌어버렸던 것이다.
이에 배 교수팀은 '프로틴 엔지니어링(Protein engineering)' 작업을 거쳐 아데노신 탈아미노화 효소의 단백질 구조를 수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아데닌만 교정하고 시토신은 가만히 두는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초정밀 아데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 'ABE8eWQ'다.
이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해 11월 생물공학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게재됐다. 학술지 위상을 평가하는 척도인 인용지수(Impact Facotr·IF)는 지난해 기준 68.164에 이른다.
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표적 염기를 기존보다 최대 50배 정교하게 고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의의가 있다"며 "유전자 교정을 통한 혁신적 유전자 치료법이 개발되어 국민의 삶과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산업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수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