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떼와 같이 있는 상어. 많은 상어가 참치잡이 주낙에 혼획된다. 이로 인해 상어 개체수가 1970년 이래 71%나 감소했다./위키미디어

상어에게 전기 충격을 주자는 과학자들이 있다. 동물 학대가 의심되지만 분명 멸종 위기인 상어를 보호하려고 내놓은 아이디어이다. 상어가 다른 물고기를 잡는 낚싯바늘에 걸리기 전에 쫓아버리자는 것이다.

영국 엑시터대의 브렌단 고들리 교수 연구진은 22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한 낚싯바늘에 새끼손가락 크기의 전기 충격 장치를 달면 상어가 잘못 낚이는 혼획(混獲, bycatch)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기술에 ‘상어경호(SharkGuard)’라는 이름을 붙였다. 야외 실험 결과 상어는 물론, 같은 연골어류인 가오리의 혼획도 막을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최근 100종 가까운 상어류가 국제 거래 금지 제한 목록에 오른 것과 함께 상어 보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낙에 달린 전기충격기가 작동하면 상어가 낚싯바늘을 피한다./Fishtek Marine

상어, 가오리 연간 1억 마리 이상 잡혀

전 세계 상어와 가오리 개체수는 1970년 이래 71%까지 감소했다. 호주 제임스 쿡대학 연구진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전세계 상어, 가오리의 37%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요리용 지느러미를 얻기 위한 남획도 문제지만, 참치 같은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설치한 주낙에 상어, 가오리들이 걸리는 혼획도 심각하다. 해마다 상어와 가오리, 홍어가 1억 마리 이상 주낙에 걸려 혼획되거나 남획된다.

주낙은 수평 줄에 수백, 수천 개의 낚싯바늘을 매달아 물고기를 잡는 낚시 방법이다. 상어경호 장치는 주낙 바늘 끝에서 몇 ㎝ 위에 달린다. 크기는 AA 배터리만 하다. 전기 충격을 발생시켜 장치 주변에 전자기장을 형성한다.

주낙 낚시바늘 위에 매단 상어경호(SharkGuard) 장치. 전기충격을 발생시켜 상어나 가오리가 낚싯바늘을 물지 않도록 한다./Fishtek Marine

상어와 가오리는 피부에 전류를 감지하는 기관이 있다. 이를 통해 먼 곳에서도 먹잇감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엑시터대의 필 도허티 박사는 “전기 충격 장치는 상어의 전류 감지 기관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것이 목표”라며 “마치 사람이 대형 스피커 앞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엑시터대 연구진은 지난해 여름 프랑스 남해에서 어선 2척에 탑승해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배마다 낚시바늘이 9000개 이상 달린 주낙을 가지고 갔다. 바늘 절반은 상어경호 장치를 달았다.

11번 어로 결과 전기충격 장치는 청새리상어(Prionace glauca)와 보라색가오리(Pteroplatytrygon violacea)의 혼획을 각각 91%, 71% 줄였다. 주낙의 목표였던 참치(Thunnus thynnus)는 전류를 감지하는 기관이 없어 상어경호 장치를 달아도 어획량에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주낙 낚싯바늘에 매다는 전기충격기인 상어경호(SharkGuard) 장치. 새끼손가락 크기이다./Fishtek Marine

지속가능한 어업 구현할 게임 체인저 기술

전기 충격 장치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수명이 65시간 정도이다. 개발사인 피시텍 머린(Fishtek Marine)사는 배터리 수명을 늘려 한 번 설치하면 그물을 교체할 때까지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면 어선 한 척당 2만 달러 정도로 주낙에 전기 충격 장치를 달고 3~5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어민에게는 추가 비용이 들지만 원하는 물고기를 더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쇄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도 참치를 먹으려고 상어와 가오리를 멸종위기에 빠뜨리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있다. 지속가능한 어업이 실현되는 셈이다.

엑시터대의 브렌단 고들리 교수는 “상어 경호 장치는 좀 더 개발해야 하고 추가 실험도 필요하다”면서도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주낙을 구현할 게임 체인저(game-changer, 판도를 바꾸는 기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과학자들은 상어와 가오리 종에 따라 전류 감지 기관이 다른 만큼 전기 충격 장치의 효과도 제각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지역에서 많이 혼획되는 종에 실험을 해서 맞춤형 장치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상어 지느러미 요리에 주로 쓰이는 청새리상어. 멸종위기동식물국제거래협약(CITES)은 청새리상어가 포함된 흉상어과를 중심으로 국제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NOAA

샥스핀 요리용 상어 국제거래도 금지

앞서 상어에게 또 다른 희소식도 있었다. 멸종위기동식물국제거래협약’(CITES)은 지난 17일 회원국 표결을 거쳐 100종 가까운 상어류의 국제 거래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기로 했다. 협약 가입 88국이 상어 보호 확대에 찬성했고, 29국은 반대, 17국은 기권했다.

대상은 상어 지느러미 요리에 주로 쓰이는 청새리상어나 산호상어, 뱀상어 등 흉상어과(requiem shark) 54종과, 귀상어 6종, 그리고 상어와 비슷하나 홍어목에 속하는 가래상어 37종이다. 야생동물보호협회(WCS)는 “이번 결정으로 보호의 대상이 되는 상어 종이 기존의 20~25%에서 90~95%로 늘어났다”며 “보호를 받는 상어 종의 범위 뿐 아니라 제한되는 국제 거래의 규모 면에서도 기념비적인 결정”이라고 밝혔다.

상어와 가오리는 지느러미와 고기를 얻기 위해 남획되면서 개체수가 급감했다. 캐나다 시몬 프레이저대 연구진은 지난 1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멸종위기종을 정리한 적색목록에 오른 상어와 가오리가 지난 70년 동안 계속 개체수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참치나 새치류 역시 멸종 위기에 내몰렸지만 적극적인 보호 정책으로 최근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일이다.

지난 70년 동안 상어와 가오리 개체수는 남획으로 급감했다. 참치와 새치류도 한때 개체수가 급감했지만 적극적인 보호 정책 덕분에 최근 개체수가 회복되고 있다. 세로축은 적색목록지수(RLI)로 1은 가까운 시간에 멸종한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이고 0은 이미 멸종했음을 뜻한다./Science

멸종 위기는 이번 금지 목록의 핵심인 흉상어과에 집중됐다. 적도 연안에 사는 흉상어는 75%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럼에도 상어 지느러미 요리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번 표결에서 상어 지느러미 최대 소비국인 중국과 최대 국제 거래 장소인 홍콩을 포함해 일본, 인도네시아 등이 반대했다.

참고자료

Current Biology, DOI: https://doi.org/10.1016/j.cub.2022.09.003

Science,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bj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