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030년 이전에 달에 우주인이 거주할 기지를 세우고 과학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오리온(Orion) 우주선 책임자인 하워드 후 존슨 우주센터 연구원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해 “2030년 이전에 우주인이 상당 기간 달에 체류하면서 과학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달 기지와 탐사 차량인 로버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나사는 지난 16일 오전 1시 47분(미 동부시간, 한국 시각 오후 3시 47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맥이 끊긴 달 유인(有人) 탐사가 반세기 만에 재개된 것이다.
◇2020년대에 달 기지 건설 목표
후 연구원은 이날 로라 쿤스버그 BBC방송 정치부장과 대담에서 “분명히 2020년대에 인류가 달에 일정 기간 거주할 계획”이라며 “우주인들은 기지에서 살고 달 표면을 로버(탐사 차량)를 타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그리스신화 속 아폴로와 쌍둥이인 달의 여신 이름을 땄다. 아르테미스 1호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신형 발사체인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와 신형 유인 우주선인 오리온을 시험하기 위해 발사했다. 이번에는 실제 우주인 대신 마네킹을 실어 보냈다. 오리온 우주선은 20일 현재 달에서 13만4000㎞ 거리에 있다.
후 연구원은 “우리는 다시 달로 갈 것이다. 달에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예정이며 이번 발사체와 우주선이 다시 달에 착륙할 사람을 데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 계획에 따르면 2024년에 실제 우주인을 태운 아르테미스 2호가 달 궤도를 다녀오고, 2025년에는 아르테미스 3호가 반세기 만에 다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다.
후 연구원은 “이번 아르테미스 1호는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장기간 심우주 탐사를 위한 첫 단계이자 우주 비행과 심우주 탐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화성 탐사 위한 전초기지로 삼아
나사는 달을 심우주(深宇宙) 탐사의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달 남극에는 상당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보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전기분해하면 로켓 연료가 될 산소와 수소를 얻을 수 있다. 또 달은 대기가 없어 로켓 발사 시 공기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나사의 계획은 우주선이 달에서 연료를 채우고 화성으로 날아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후 연구원은 “목표는 화성으로 가는 것”이라며 “화성으로 가는 2년의 우주 여행은 더 큰 발판이기 때문에 지구 궤도 밖에 대해 배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사업단장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인류의 달 거주가 목표가 아니라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테스트베트(testbed, 시험무대)의 성격이 강하다”며 “달은 대기가 없어 화성보다 조건이 나빠 심우주 탐사용 기술을 극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1호의 오리온은 발사 6일 되는 날에 달 상공 97㎞까지 근접 비행할 예정이다. 지구로 귀환하기 전에는 달의 중력을 이용해 달을 지나 6만4000㎞까지 간다. 1970년 발사된 아폴로 13호가 유인 우주선으로는 가장 멀리 갔던 기록보다 무려 4만8000㎞나 더 멀리 가는 것이다.
오리온은 25일 간의 임무를 마치고 다음 달 11일 시속 4만㎞의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한다. 이때 마찰열로 우주선의 방열판이 섭씨 2800도까지 올라간다. 오리온 우주선은 마지막에 낙하산을 펼치고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내려앉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