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초능력자가 멀리 떨어져 염력으로 자동차나 항공기를 조종하는 장면이 나온다. 국내 연구진이 영화처럼 생각만으로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건국대와 광운대 연구진으로 구성된 뉴로케이투(NeuroK2) 연구회는 21일 “10개월에 걸쳐 뇌파 신호로 드론을 원격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회는 이날 건국대에서 드론 조종 시연회도 열었다.
◇뇌파를 드론 제어할 전기신호로 바꿔
연구진은 뇌파를 전기신호로 바꿔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드론에 적용했다. 인간의 뇌에서 발생하는 뇌파 신호를 디지털신호로 변환해 드론의 비행통제시스템과 연동시킨 것이다.
실험 영상을 보면 뇌파 검출기를 쓴 연구원이 특정 동작을 생각하면 그에 맞춰 드론이 이륙했다. 제자리 정지비행(hovering)이나 고도 상승과 하강도 생각 대로 할 수 있었다.
NeuroK2 연구회는 건국대 윤광준·강태삼 교수, 김정환 박사과정, 강준구 연구원과 광운대 심상렬·이범구 교수, 이구형·오장길 박사로 구성됐다. 드론의 무선통신 제어 분야는 건국대 윤광준 교수,BCI 기술은 건국대 강태삼 교수, 뇌파 신호의 잡음 제거와 신호변환 분야는 광운대 심상렬 교수가 각각 맡았다.
앞서 2019년 한국연구원도 뇌파로 드론을 띄우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윤광준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는 뇌파가 미리 설정한 값에 순간적으로 도달하면 작동 명령을 내렸다”며 “우리 연구진은 지속적으로 나오는 뇌파 중 잡음을 제거하고 세분화시켜 이륙과 정지비행, 고도 변화 등 다기능 제어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전차 원격조종, 사격술 향상에도 활용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된 뇌파와 BCI 기술의 융합을 통한 드론 원격조정 기술은 앞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자동차나 전차, 미사일 발사대 같은 군사용 장비도 뇌파로 조종할 수 있다.
드론을 조종하기 위해 안정된 뇌파를 내는 과정에서 집중력도 향상된다. 이는 양궁이나 사격 선수의 집중력 강화와 장병 사격술 향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양궁선수 훈련에 같은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뇌파 신호는 0.5초 간격으로 드론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 정도면 드론을 빠르게 제어하기에 한계가 있다. 윤광준 교수는 “앞으로 뇌파 신호를 0.1초 이하 간격으로 추출하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