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의 피부 부착형 마이크로폰 논문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뒷표지 논문(Back Cover)으로 실렸다./포스텍

소음이 심한 곳이나 마스크로 입을 가린 상황에서도 상대방에게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할 수 있는 마이크로폰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시끄러운 작업 현장은 물론, 방역·사고 현장에서 의료진이나 소방관의 의사소통도 도울 수 있어 재난 대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조길원 교수 연구진은 17일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목소리를 정확하게 감지하는 피부 부착형 마이크로폰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6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 뒷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마이크로폰 또는 마이크는 소리를 같은 파형의 전기신호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전화기와 무전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존 마이크로폰은 주변 소음이 크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면 소리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마스크나 소방관, 의료진이 착용하는 방독면, 방호복도 마이크로폰의 소리 감지를 방해했다.

이번 마이크로폰은 사람이 말할 때 입에서 나오는 소리 대신 목 피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이용해 목소리를 감지한다. 콘서트장과 같이 시끄러운 공간에서나, 방독면으로 사용자의 얼굴을 완전히 덮는 상황에서도 이번 마이크로폰을 이용하면 소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조길원 교수는 “뼈 울림으로 목소리를 감지하는 골전도 마이크도 소음이 심한 곳에서 쓸 수 있지만 이번 마이크로폰은 성대에 가까운 피부의 진동을 감지해 민감도가 더 뛰어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반영구적으로 전기를 띠는 고분자 물질인 일렉트릿에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을 접목해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마이크로폰 센서를 제작했다. MEMS는 반도체 제조공정을 응용해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크기의 초미세 기계부품과 전자회로를 동시에 만드는 기술이다. 잘 늘어나는 기판을 피부에 붙이고 그 위 박막형 전극 사이에 일렉트릿 진동판을 넣었다.

패치형 마이크로폰은 말할 때 발생하는 목 피부 진동을 감지해 방독면을 쓴 소방관도 의사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다(위).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도 같은 혜택을 볼 수 있으며, 환자의 기침 소리로 질병 상태를 진단할 수도 있다(아래)./포스텍.

조 교수는 “원래 전하를 가진 물질을 사용해 배터리 사용의 필요성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목 피부에 붙이기만 하면 돼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며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방독면·방화복을 착용한 소방관의 의사소통을 도울 수 있는 재난 대응 기술”이라고 말했다.

패치형 마이크로폰은 환자가 기침을 하는 횟수나 강도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의료진은 이를 통해 호흡기 질환이나 성대 건강을 진단할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현재 패치형 마이크로폰에 안테나와 배터리까지 연결하는 후속 연구를 하고 있다. 그래야 마이크로폰이 감지한 목소리를 상대에게 무선을 전송할 수 있다. 조길원 교수는 “반창고 형태로 개발하기 위해 얇고 잘 휘어지는 배터리도 개발 중”이라며 “내년쯤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Advanced Materials, DOI: https://doi.org/10.1002/adma.202270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