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인류에 크게 이바지한 물리학자에게 주는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 노벨 물리학상은 물질과 우주 의 성립을 탐구하는 ' 소립자 ‘나 ‘우주론’과 물질의 성질을 탐구하는 ‘물성’ 분야가 교대로 선택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에는 그 경향이 무너지고 있다.
2019년과 2020년은 우주의 분야가 2년 연속 수상한데 이어 특히 지난해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해온 지구 물리 분야에서 수상자가 처음 나오면서 올해도 ‘파격’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야말로’라고 물성 분야 수상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다. 또 양자역학, 미세유체학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과학자들이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 탈탄소가 조류가 되면서 관련 연구의 수상을 기대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글로벌 정보 분석업체 클래리베이트는 최근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을 만한 4명의 과학자를 수상 후보로 지목했다. 클래리베이트는 2002년부터 매년 물리학·화학·생리의학·경제학 부문의 유력한 노벨상 후보를 자체적으로 골라 발표했다. 2002년부터 지금껏 이 4개 부문에서 총 190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클래리베이트는 64명(33%)의 수상을 맞춰 ‘족집게’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 광학 연구소 임마누엘 블로흐 교수는 올해 노벨상을 받을 만한 대표적인 후보로 꼽힌다. 블로흐 박사는 초저온 원자·분자 가스를 이용해 만든 다체 양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천연 고체가 아닌 인공 고체를 갖고도 양자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븐 퀘이크 미국 스탠포드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도 클래리베이트가 뽑은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퀘이크 교수는 나노리터 단위의 환경에서 유체 물리학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규명하는 데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앞서 퀘이크 교수는 ‘유전자 수정 아기’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으며 학계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19년 허젠쿠이 전 중국 난팡과기대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수정,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를 탄생시켰다.
과학계는 허 교수가 과학자로서 윤리를 어겼다고 비판했는데, 해당 연구 당시 퀘이크 교수가 허 교수와 교류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퀘이크 교수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스탠퍼드대 측이 나서 조사한 결과 퀘이크 교수는 허 교수와 교류한 사실이 없던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일본인 과학자들도 후보에 올랐다. 일본 국립 재료과학 연구소의 타니구치 타카시, 와타나베 켄지 연구원이 공동 후보로 선정됐다. 이들은 고품질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제조하는 데 성공, 2차원 물질(수 나노미터의 원자가 한 겹으로 배열돼 있는 물질)의 전자적 행동 패턴을 연구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아사히 신문은 가전제품 외에 풍력발전이나 전기자동차의 모터부분에도 사용되는 세계 최강의 영구자석이라 불리는 ' 네오디뮴 자석’을 개발한 일본 다이도 특수강 사가와 신토 고문도 후보로 지목했다. 열이나 빛 같은 작은 자극으로 성질이 바뀌는 물질과 300억년에 오차가 1초도 안되는 초고정밀 광격자 시계, 양자 텔레포테이션을 개발한 연구자도 후보로 꼽았다.
클래리베이트가 점찍은 20명의 노벨상 후보 20명은 미국 14명, 일본 3명, 영국 2명, 독일 1명이다. 클래리베이트가 후보로 찍은 중 한국 과학자는 올해는 한 명도 없다.
클래리베이트가 뽑은 한국인 노벨상 후보로는 2014년 유룡 한국에너지공대 석좌교수(화학), 2017년 박남규 성균관대 교수(화학), 2020년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화학), 2021년 고(故) 이호왕 고려대 교수(생리의학)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