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서 처음으로 운석 충돌로 유발된 지진파를 포착하고 충돌구까지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지구처럼 지진파로 행성의 내부와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프랑스 툴루즈대의 라파엘 가르시아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에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착륙선 인사이트(InSight)가 화성에 운석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지진파 4건을 처음으로 포착했다”라고 밝혔다. 나사의 화성 정찰 궤도선(MRO)은 인사이트가 지목한 충돌 지점을 화성 상공에서 카메라로 확인했다.
◇지상과 하늘에서 합동 작전 펼쳐
인사이트는 2018년 11월 27일 화성의 적도 인근 엘리시움 평원에 착륙했다. 과거 화성 탐사선이 주로 물과 같은 생명체의 흔적을 찾기 위해 화성의 지표면을 돌아다녔다면, 인사이트는 제자리에서 프랑스가 개발한 지진계로 화성의 내부 지각과 핵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프랑스와 미국, 영국, 스위스, 벨기에, 멕시코, 호주 과학자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나사의 인사이트 착륙선의 지진계가 네 차례 화성에 충돌한 것을 감지했다. 인사이트는 운석 충돌이 엘리시움 평원의 착륙지점에서 85~290㎞ 거리에서 일어났다고 지목했다.
그 중 가장 극적인 충돌은 2021년 9월 5일 일어났다. 운석은 화성 대기로 진입하면서 폭발했다. 이때 발생한 파편 3개가 표면에 충돌했다. 인사이트가 녹음한 파일을 들으면 운석의 대기 진입과 폭발, 표면 충돌까지 세 번 배경음과 다른 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듣기] 2021년 9월 5일 운석이 화성에 충돌하면서 발생한 소리./NASA]
화성 궤도를 돌고 있는 나사의 탐사선 MRO는 인사이트가 지목한 충돌 지점 상공으로 날아가 충돌구를 직접 확인했다. 흑백 카메라는 표면에 어두운 점이 3개 생긴 것을 확인했다. 이후 고해상도 카메라로 충돌구를 근접 촬영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미국 브라운대의 잉그리드 다우바 교수는 나사에 “3년 동안의 기다림 끝에 인사이트가 운석 충돌을 포착했다”라며 “충돌구가 정말 아름답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인사이트의 과거 관측 정보를 분석해 2020년 5월 27일과 2021년 2월 18일, 8월 31일에도 유사한 운석 충돌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화성의 내부와 역사까지 규명 가능
인사이트의 지진계는 그동안 1300회가 넘는 지진을 포착했다. 프랑스가 개발한 지진계는 워낙 정밀해 수천㎞ 떨어진 곳의 지진파도 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진파를 유발한 것으로 직접 확인된 것은 지난해 9월 5일 충돌이 처음이다.
화성은 소행성이 밀집한 소행성대 바로 옆에 있어 운석이 언제라도 날아들 수 있다. 게다가 대기 밀도도 지구의 1%에 불과해 운석이 그대로 통과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인사이트가 포착한 운석 충돌이 예상보다 적은 이유를 찾고 있다.
연구진은 화성에 부는 바람이나 계절에 따른 대기 변화가 다른 충돌을 포착하지 못하게 했다고 추정했다. 이번에 운석 충돌로 인해 발생한 지진파의 특성을 확인한 만큼, 그동안 관측 정보를 분석하면 더 많은 충돌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화성의 지진은 과학적 의미가 크다. 지진은 대부분 지하의 열과 압력에 의해 암석이 깨지면서 발생한다. 올 5월에 발생한 규모 5의 지진 같이 대형 지진은 화성의 지각과 맨틀, 핵의 특성을 알려줄 수 있다.
지진으로 화성의 역사도 밝힐 수 있다. 충돌 흔적이 더 많으면 그만큼 나이가 오래된 지형이기 때문이다. 툴루즈대의 라파엘 가르시아 교수는 “운석 충돌은 태양계의 시계”라며 “지금까지 충돌 빈도를 통해 표면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인사이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착륙선은 태양 전지판이 만든 전기로 작동한다. 최근 전지판에 먼지가 많이 쌓이면서 동력이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나사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 사이 인사이트가 작동을 멈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