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정부가 24년간 500억원이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예산 기준을 1000억원으로 올리고 중요 사업은 심사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정부의 연구개발(R&D)사업 중 많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예타 제도의 경직성을 해소하겠다며 이런 내용의 개선안을 공개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예상되는 신규 사업에 대해 관계부처가 경제성과 예산 조달 방법 등을 검토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제도다.

이번에 공개한 개선안에 따르면 정부는 예타 시행 기준금액을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한다. 원래 기준금액이었던 500억원은 예타 제도를 처음 시행한 1999년부터 지금껏 묶여 있었다. 주영창 과기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앞서 16일 열린 사전 설명 브리핑에서 "이제는 연구개발에 투입할 예산의 적정 규모만 따지는 걸 넘어, 투입 대비 효과성을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물가상승과 경제규모 확대 등을 감안해 적정규모 사업은 예타 없이 추진 가능하도록 기준금액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기준금액을 올리는 대신) 재정에 큰 영향을 주는 대형 중장기 사업은 사전검토를 강화해 연구개발 재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빠르게 추진할 필요성을 인정받은 사업의 경우 예타 심사기간을 단축해주기로 했다. 주 본부장은 "기술이 곧 생존수단이 된 시대에 주요 정책과 관련된 임무중심형 R&D는 무엇보다도 적시에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사업들 중 총 사업비 3000억원 이하, 사업기간 5년 이하인 경우 예타 심사 절차와 기간을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예타를 통과해 추진 중인 사업이라도 중간평가를 통해 사업 계획을 변경할 수 있게 허용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이나 인프라가 등장해도 예타를 통과할 당시에 제출한 계획에 없다면 활용이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사업 추진 중에 새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미리 예상해서 계획서에 넣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과기부는 이러한 기존 제도가 최근 연구개발사업의 대형화·장기화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 중간에 사업 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허락해 빠르고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지원한다. 중간평가를 시행하면 추진 도중에 필요성이 떨어진 과제도 사업 방향을 바꿀 수 있어 예산이 더 효율적으로 쓰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 오랜 기간에 걸쳐 추진해야 하는 사업은 후반부 계획을 상세하게 짜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구체성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어느 분야에 무슨 목적으로 쓸지 불확실한 신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이 예타 심사를 받을 경우엔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거칠 예정이다. 사업 특성에 따라 심사 절차를 달리 두는 식으로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 예타 심사를 위한 평가 항목들 중 중복되거나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들을 골라내 수정하고 심사에 참여하는 인원 수를 늘려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로 했다. 사업 계획에 대한 업계 전문가들 의견 또한 전보다 더 많은 경로를 통해 듣기로 했다.

과기부는 이달 중으로 개정안을 완성해 11월 중으로 시행에 나설 계획이다. 주 본부장은 "빠른 속도로 개정안을 정비해 대형 연구개발사업에서 발생한 성과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 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과 급변하는 기술개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며 제도 개선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