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사진은 우주실험에 쓰인 마이크로스코프 위성 상상도./프랑스 국립항공우주센터

옥상에서 깃털과 볼링 공을 떨어뜨리면 같은 시간에 땅에 도착한다는 물리학 이론이 우주 실험을 통해 다시 입증됐다. 100년 전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일반 상대성이론의 중력 원리가 여전히 옳다는 것이다.

프랑스 국립항공우주센터의 마누엘 로드리게스 박사 연구진은 15일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마이크로스코프(MICROSCOPE) 위성으로 우주에서 아인슈타인의 중력 원리를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검증했다"라고 밝혔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사진은 우주실험에 쓰인 마이크로스코프 위성 상상도./프랑스 국립항공우주센터

지구보다 100배 정밀하게 검증

마이크로스코프 위성은 2016년 발사된 무게 300㎏의 소형 과학 위성이다. 연구진은 일반 상대성이론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약한 등가 원리'를 이 위성으로 검증했다. 등가 원리에 따르면 가속 운동을 하는 물체의 관성 질량과 중력이 작용하는 물체의 질량이 같다. 즉 중력과 가속 운동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현상이라는 말이다.

뉴턴의 운동 제2 법칙인 가속도 법칙(F=ma)에 따르면 질량(m)이 커지면 힘(F)도 커진다. a는 시간에 따라 속도가 변하는 정도인 가속도이다. 마찬가지로 지구가 당기는 힘인 중력은 물체의 질량(m)에 중력가속도 g를 곱한 값이다. 질량이 2배 커지면 중력도 2배 커지기 때문에 물체의 중력가속도는 같다. 따라서 공기 마찰 같은 다른 힘을 무시하면 모든 물체는 똑같이 떨어진다. 앞서 17세기에 갈릴레이도 사고 실험을 통해 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약한 등가 원리는 지상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검증됐다. 연구진은 이번에 710㎞ 상공에 있는 마이크로스코프 인공위성에서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게 실험을 진행했다. 위성에는 가속도계가 들어있는 원통 두 개가 있다. 각각 원통 안에 작은 원통이 들어있는 형태다. 한쪽은 원통 재질이 같고 다른 쪽은 각각 다른 물질로 만든 원통을 썼다.

위성이 도는 것은 자유낙하와 같다. 아인슈타인이 맞는다면 원통 재질에 상관없이 제자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전압이 같아야 한다. 실험 결과는 예측과 같았다.

연구진은 가속도계는 수백억분의 1%의 차이도 감지할 정도로 정밀했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 박사는 "이번 측정은 대부분 지구에서 진행된 이전 검정보다 100배는 더 정확했다"라며 "위성에는 실험실 근처를 사람이 지나가거나 건물이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 같은 교란 요인들이 없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과학자들이 우주에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을 검증했다. 물체는 질량에 상관없이 같은 가속도로 낙하한다는 갈릴레이와 아인슈타인(왼쪽 아래)의 주장을 위성에 장착된 실험장치(오른쪽 아래 원통)으로 검증했다./프랑스 국립항공우주센터

양자역학, 암흑물질 우주실험도 늘 듯

과학자들은 앞으로 암흑물질이나 양자처럼 기존 물리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할 새로운 물리 이론을 만드는 데 우주 실험이 더 자주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유진 림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이런 우주 실험은 일반 상대성이론이 불완전한 부분을 보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력으로 보아 우주 질량의 27%를 차지한다고 추정되지만 아직 정체를 밝히지 못한 암흑 물질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필립 부아예 박사는 뉴사이언티스트지에 "이번 결과는 앞으로 우주에서 물리학 이론을 검증하는 일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콕스 박사가 진행한 영국 BBC방송의 과학 다큐멘터리 방송. 진공 상태로 공기 마찰을 배제한 자유낙하 실험에서 깃털과 볼링공이 같이 떨어졌다./B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