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도심 공원 연못가에 심어진 수양버들. 도시에 많이 심는 버드나무, 포플러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인 이소프렌을 대량 방출해 오염 물질인 오존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중국 지난대

한여름 공원의 연못가에 늘어진 수양버들은 더위를 식혀주지만 대기 질은 더 나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버드나무가 배출한 화합물이 대기 오염물질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도시 녹화에서 수종(樹種)만 제대로 고르면 대기 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지난대 환경기후연구원의 위안 빈(Bin Yuan) 교수 연구진은 "베이징에서 수집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자료를 분석한 결과, 버드나무처럼 이소프렌을 방출하는 나무들이 대도시의 오존(O₃) 오염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로 이루어진 기체로, 10㎞ 상공 성층권에서는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지만 지표면 근처에서는 호흡기를 자극하는 오염물질이다. 오존을 흡입하면 기도가 손상되거나 염증이 생긴다. 특히 천식이나 폐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호흡 곤란을 유발할 수 있다.

◇도시 오존 오염의 절반을 나무가 유발

베이징에는 수양버들과 포플러 수백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위안 교수는 이 거대 도시를 녹색으로 바꾼 나무들이 방출하는 화합물이 더운 여름에 대기 오염의 주된 원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당초 인간 활동이 오존 오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곧 도시의 나무들이 오존 배출에 기여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베이징 전역에서 대기 시료를 채취해 휘발성 화합물 농도를 측정하고, 동시에 시내 각지의 관측소에서 오존 데이터를 수집했다. 2021년 5월부터 7월 사이 베이징의 휘발성 유기화합물 배출량 중 약 10%를 나무가 차지했다. 나머지는 차량 배기가스나 산업용 화학물질과 같은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나 공장 등 인간 활동에서 나오는 휘발성 화합물은 나무에서 나오는 것보다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오존 형성에 기여하는 정도는 식물보다 크게 낮았다. 나무에서 나오는 휘발성 화합물이 오존을 생성하는 화학 반응을 더 잘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오존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햇빛 아래에서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NOx)과 반응할 때 만들어진다. 휘발성 화합물은 먼저 대기 중의 하이드록시기(-OH)와 반응해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아주 잘 일으키는 과산화 라디칼(HO₂)을 만든다. 이 라디칼이 질소산화물과 반응하면 오존을 생성한다. 나무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자동차나 산업 배출물보다 하이드록시기와 더 잘 반응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오존을 생성하는 화학물질의 52%가 나무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휘발성 유기화합물 방출량에서 각각 50%, 24%를 차지하는 도료·세정제·화학제품, 자동차는 21%, 17%에 그쳤다. 그중 나무가 뿜는 휘발성 화합물 중 이소프렌이 오존을 만든 주범이었다. 이소프렌은 전 세계 도시에서 심은 버드나무와 포플러류가 많이 방출한다. 연구진은 베이징에 있는 나무의 약 35%가 이소프렌 배출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 세계 도시의 이소프렌 배출량 비교./자료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한여름 버드나무, 포플러가 오존 오염원

나무가 오존 오염에 기여한다는 사실은 다른 거대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연구진은 또 전 세계 24개 거대 도시에서 심어진 수종을 조사해 이소프렌 배출량을 추정했다. 그 결과, 조사 대상 도시 대다수에서 이소프렌 배출량이 베이징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측됐다.

중국에서는 창춘과 하얼빈이 베이징보다 나무의 이소프렌 배출량이 더 많다고 추정됐다. 해외에서는 호주 시드니, 멜버른, 미국 애틀란타가 베이징보다 높게 예측됐다. 시드니에서는 나무의 약 65%가 이소프렌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도시의 나무들은 특히 한여름에 오존 오염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 섭씨 35도에서는 나무가 배출한 휘발성 화합물과 하이드록시기의 반응 속도가 20도일 때보다 7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 결과, 오존을 만드는 화학 반응에서 나무의 기여도가 20도에서 21%였던 것이 35도에서는 74%로 증가했다.

여름에 에어컨 실외기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온 열기가 도심에 남아 교외 지역보다 기온이 높아진다. 바로 열섬 현상이다. 한여름 도시의 열섬 현상은 나무의 이소프렌 배출을 더 촉진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일일 최고 기온이 32도인 여름 낮 시간대에 도심 기온이 교외보다 0.8도 높을 때 나무에서 배출되는 이소프렌 양이 12% 증가한다고 추정했다.

호주 멜버른대의 로빈 스코필드(Robyn Schofield) 교수는 "열섬 현상으로 도시의 나무는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 교외 숲에 있는 같은 종류의 나무보다 휘발성 화합물을 더 많이 배출한다"고 밝혔다. 위안 교수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도시 나무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화합물 배출량이 더 늘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상 관측탑에서 바라본 여름 아침 출근 시간대의 베이징 도시 풍경.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거대 도시를 녹색으로 바꿨지만, 대기 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중국 지난대

◇수종 선택도 도시 대기 오염 대책

호주 맥쿼리대의 이언 제이미(Ian Jamie) 교수는 지난 수십 년간 자동차 같은 다른 휘발성 화합물 배출원이 크게 감소하면서 나무의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도시에 나무를 심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나무는 이미 도시의 열을 식히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생물 다양성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혜택을 제공했다"며 "다만 대기 오염을 심화하지 않도록 수종 선택을 잘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베이징에서 이소프렌을 배출하는 나무 중 10%를 다른 나무로 대체하면 이소프렌 배출량을 29%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위안 교수는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폭염이 심화하고 있어 오존 생성을 고려해 제대로 된 수종을 선택하는 것이 도시 계획의 일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에는 샤오 민(Min Shao) 지난대 환경기후연구원장과 토마스 카를(Thomas Karl )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 교수가 공동 교신 저자로 등재됐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와 콜로라도대,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도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환경·에너지공학과 민경은 교수와 남우희 박사가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참고 자료

Science Advances(2026), DOI: https://doi.org/10.1126/sciadv.aee55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