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서 거대한 빙산(氷山)이 황제펭귄의 이동로를 막아 어린 새끼들이 10마리 중 7마리꼴로 굶어 죽는 참극이 일어났다. 먹이를 구하러 간 어미가 제때 보금자리로 돌아오지 못한 탓이다. 황제펭귄의 서식지인 해빙(海氷)이 온전해도 육지에서 떨어진 빙산이 길을 막으면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음을 입증한 사건으로 해석된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인공위성 영상과 현장 조사 결과 2025년 남극 로스해(海) 쿨먼 섬의 황제펭귄 서식지에서 새끼 개체 수가 2024년에 비해 69%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24일 네이처 자매지인 '커뮤니케이션 지구와 환경'에 발표했다.

김정훈 박사 연구진은 2025년 11월과 12월에 쿨먼 섬의 황제펭귄 서식지를 항공기를 타고 조사했다.이때 살아있는 새끼 펭귄이 6658마리로 집계됐는데, 2024년 2만1242마리보다 69% 적은 수치였다. 2017~2024년 연평균도 2만1202마리였다.

남극 쿨먼 섬에서 발견한 황제펭귄 새끼의 사체./서명호

◇빙산 절벽이 어미 귀환을 막아

남극에서 내륙에 내린 눈이 쌓이면 빙하(氷河)가 된다. 빙하가 천천히 흘러가 바다 위로 퍼진 것이 빙붕(氷棚)이다. 빙산은 빙하나 빙붕에서 떨어져 나온 담수 얼음덩어리가 바다를 떠다니는 것을 말한다. 연구진은 알이 부화하기 전 수개월간 먹이를 찾아 떠난 어미가 빙산에 막혀 제때 돌아오지 못한 것이 어린 펭귄의 집단 폐사를 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해 극지연구소 과학자들은 현장 관측 중 황제펭귄 군락지 북쪽 3~5㎞ 지점에서 대형 빙산이 좌초된 것을 관찰했다. 빙산은 길이 13.9㎞, 폭 4㎞, 면적 42.7㎢로, 서울 서초구 면적의 90%에 해당한다. 이 빙산은 2025년 3월 난센 빙붕에서 분리돼 4개월 뒤 7월 28일 펭귄 군락지에서 최종 좌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펭귄 부화기이다. 암컷은 5월에 짝짓기하고 6월쯤 알을 낳는다. 이후 수컷에게 알을 맡기고 사냥에 나섰다가, 새끼가 부화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에 돌아와 위와 식도에 보관한 물고기와 크릴을 먹인다. 그런데 어미가 사냥을 떠날 때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빙산이 복귀 직전에 떠내려와 집으로 가는 길을 막은 것이다.

연구진은 빙산의 가파른 남쪽 면과 좌초 위치로 인해 펭귄들이 먹이를 구하러 이동하는 거리가 2024년 9.3㎞에서 2025년에는 14.9㎞로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빙산의 남쪽 면은 높이가 20m를 넘어 수직의 절벽 같았다. 펭귄들은 경사가 완만한 바다 쪽 빙산으로 올라갔다가 번식지 쪽 남쪽에서 더 이상 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어른 펭귄들이 남쪽 빙벽 아래에 모여 오래 머무는 모습도 관측됐다.

남극 남쪽 로스해 서부의 수심, 지리적 환경(왼쪽)과 쿨먼 섬 인근에 좌초된 빙산(주황색)과 황제펭귄 번식지(빨간색)의 위치를 보여주는 위성 이미지(오른쪽). 오른쪽의 도식도는 빙산의 대략적인 크기와 추정 면적이며, 사진은 쿨먼 섬에 좌초된 빙산의 현장 모습이다./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

◇해빙 온전해도 빙산 좌초하면 위기

지구에서 가장 큰 펭귄인 황제펭귄은 혹한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이다. 황제펭귄은 평생 땅을 밟지 않고 해빙 위에서 짝짓기, 산란, 육아를 모두 해결한다. 하지만 최근 개체 수가 계속 줄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위성 관측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서남극 지역 황제펭귄 개체 수는 약 22% 감소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황제펭귄의 터전인 해빙이 기후변화로 급감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WWF에 따르면 남극 해빙은 원래 계절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지만, 2016년 이후 면적과 지속 기간 모두 감소하는 추세다. 황제펭귄 새끼는 방수 깃털이 완전히 자라기 전까지 물에 들어갈 수 없다. 해빙이 조기에 무너지면 아직 방수 깃털이 덜 자란 새끼들이 바다로 내몰려 죽을 수밖에 없다.

극지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번에 빙산도 황제펭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2025년 펭귄의 번식지인 해빙 조건이 좋았지만, 사냥터와 번식지를 연결하는 통로가 빙산에 막히면서 번식 성과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박사는 "이전에도 로스해에서 B15A와 C16 등 거대 빙산이 황제펭귄의 번식 서식지와 먹이터 접근에 큰 영향을 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같은 빙산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장기 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김 박사는 "빙산의 생성과 이동은 남극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빙산이 황제펭귄의 먹이터 접근을 방해하는 사건이 증가하고 보여주는 장기적인 조사 자료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극지연구소 연구원이 2025년 쿨먼 섬 황제펭귄 번식지에서 굳은 배설물인 구아노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서명호

참고 자료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6),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6-03764-w

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2025), DOI: https://doi.org/10.1038/s43247-025-02345-7

Antarctic Science(2007), DOI: https://doi.org/10.1017/S0954102007000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