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르완다의 숲속에서 고릴라가 발을 위로 뻗었다. 영국의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마크 메스-콘(Mark Meth-Cohn)은 이 모습을 찍은 사진에 '하이 파이브(High Five)'란 제목을 붙였다. 발이니 하이 킥이 어울리겠지만 발바닥이 사람 손처럼 보여 틀린 제목도 아니다.

니콘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Nikon Wildlife Photography Awards)은 메스-콘의 고릴라 사진이 올해 종합 1위 작품으로 선정됐다고 9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주최 측은 올해 109국에서 1만 점이 출품돼 대회 11년 역사에서 최고 기록을 올렸다고 밝혔다. 출품작 중 동영상 수상작을 포함해 44점이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며, 메스-콘의 작품은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며 포유류 부문 1위까지 휩쓸었다.

Mark Meth-Cohn, 하이 파이프, 종합 1위 및 포유류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야생동물 보호에 관심 높이려 주최

웃긴 야생동물 사진전은 2015년 영국의 사진작가 폴 조인슨-힉스(Paul Joynson-Hicks)와 톰 설람(Tom Sullam)이 시작했다. 올해로 11회째이다. 다른 사진전은 야생동물의 멋진 모습을 찍은 사진에 상을 주지만 이 대회는 이름처럼 야생동물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찍은 사진들을 뽑아 시상한다. 설립자들은 야생동물의 밝은 면에 초점을 맞추고 유머를 통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에 관한 관심을 높이려고 사진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사진전은 야생동물 보호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 주최 측은 매년 공동 주최한 영국의 야생동물 보호 재단인 휘틀리 자연기금(WFN)에 대회 수익금 일부를 기부했다. 휘틀리 자연기금(WFN)은 지난 30년 동안 전 세계 80국에서 환경보호 활동가 220여 명에게 2300만 파운드(약 450억원)를 지원했다.

Paula Rustemeier, 여우들의 춤 배틀, 젊은 작가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종합 1위 수상작은 올해 초 르완다에서 촬영됐다. 심사위원들은 숲속 빈터에서 춤추는 고릴라의 완벽한 순간을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메스-콘은 "고릴라 가족들이 사는 안개 낀 비룽가 산맥을 탐험하며 잊을 수 없는 4일을 보냈다"며 "어느 날 숲속 공터에서 한 가족을 만났는데, 그중 어린 수컷이 하이킥과 공중제비 솜씨를 뽐냈다"고 말했다. 그는 "고릴라의 공연을 지켜보는 것은 순수한 기쁨이었고, 이 사진에 그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담을 수 있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메스-콘은 지난해 대회에서도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아프리카의 광활한 평원에서 큰 고양이과 동물을 촬영하는 것이 평생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종합 1위를 차지하며 꿈이 현실이 됐다. 1위 수상자는 케냐 마사이 마라에서 진행되는 사파리 여행을 상품으로 받는다. 트로피와 사진 가방도 수여된다.

Grayson Bell, 강제로 세례를 받는 개종자. 주니어 부문, 파충류·양서류·곤충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Warren Price, 헤드록, 조류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대회 후원사인 니콘의 유럽 마케팅 수석 총괄 매니저인 스테판 마이어(Stefan Maier)는 "1위 수상작은 야생동물의 놀이를 완벽히 담아냈다"며 "니콘은 올해 수상자들과 같은 시각적 스토리텔러들을 지원함으로써 전 세계 관객들이 지구의 놀라운 야생동물과 교감하고 보호하도록 영감을 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수리와 원숭이의 깜놀 표정 인상적

미국 출신의 그레이슨 벨(Grayson Bell)은 16세 이하에 주는 주니어 부문 상과 파충류·양서류·곤충 부문상을 동시에 받았다. 그는 물속에서 씨름하는 개구리 두 마리를 클로즈업해 '강제로 세례를 받는 개종자'라는 제목을 붙였다. 독일의 폴라 루스테마이어(Paula Rustemeier)는 '여우들의 춤 배틀'이라는 제목의 장난기 넘치는 여우 사진으로 25세 이하 젊은 작가 부문 상을 받았다.

Annette Kirby, 저리 가, 우수상/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Liliana Luca, 사기 광고, 우수상/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영국의 워런 프라이스(Warren Price)는 바다오리 두 마리의 머리를 겹친 순간을 포착해 '헤드록'이란 제목을 붙였다. 이 사진은 조류 부문 상을 받았다. 역시 영국 출신인 제니 스톡(Jenny Stock)은 청줄배도라치를 찍은 '김치(원제 Smiley)' 작품으로 물고기 및 기타 수생동물 부문 상을 차지했다.

스톡은 필리핀에서 청줄배도라치가 산호에 숨었다가 계속 고개를 내미는 모습이 마치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듯해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몸길이가 8㎝에 불과하고 웃긴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무서운 종이다. 이 물고기는 적을 만나면 물고 치명적인 독을 주입한다.

Jenny Stock, 김치, 주니어 부문, 고기 및 기타 수생동물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독일의 타티아나 에프(Tatjana Epp)는 서핑하는 왜가리의 화려한 영상으로 동영상 부문 1위로 선정됐다. 그는 지난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왜가리를 보다가 서핑하듯 물위를 미끄러지는 모습을 촬영했다.

나중에 보니 왜가리가 하마 등에 타고 있었다. 주변에 악어가 많아 왜가리에게는 하마의 등이 놀이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완벽한 은식처였다. 에프는 "하마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왜가리는 균형을 잃을 뻔했지만 곧 자세를 바로 잡았다"며 "새가 속도감을 즐기는 듯한 모습은 일생에 한 번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Tatjana Epp, 왜가리의 서핑, 동영상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미국의 매기 호프만(Maggie Hoffman)은 부지런히 코를 파는 침팬지를 연속으로 찍고 '황금 채굴'이란 제목을 붙여 연작 부문 상을 받았다. 사진 속 암컷 침팬지는 아기들이 그러듯 코에서 캐낸 황금을 입으로 넣었다.

주최 측은 부문별 수상자 외에 10명을 우수작(Highly Commended)으로 선정했다. 종합 1위 수상자인 메스-콘은 고릴라 어미가 아기에게 뽀뽀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우수상도 받았다. 올해 수상 작품은 10~14일 런던 갤러리@옥소(Gallery@Oxo)에서 전시된다. 주최 측은 올해 대회는 니콘 외에 제지사인 하네 뮐레(Hahnemühle)와 인쇄사인 메트로 이미징(Metro Imaging)도 후원했다고 밝혔다.

Maggie Hoffman, Jason Moore, 황금 채굴, 연작 부문 1위/The Comedy Wildlife Photography Awards 2025

참고 자료

Nikon Wildlife Photography Awards, https://www.comedywildlifephoto.com/gallery/nikon-comedy-wildlife-2025-competition-winners.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