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속담이 있다. 사정이 좀 나아졌다고 처음부터 잘난 듯 뽐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몸을 낮춰도 올챙이 적 생각이 나지 않는 개구리가 있다. 올챙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어른과 같은 모습으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자연사박물관의 마크 셰르츠(Mark Scherz)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에서 올챙이 단계를 건너뛰고 새끼를 낳는 두꺼비 세 종(種)을 발견했다"고 6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척추동물학'에 발표했다. 두꺼비는 개구리, 맹꽁이와 같이 개구리 목(目)에 속한다.
◇물까지 이동하려 다 자란 새끼 낳아
교과서는 개구리나 두꺼비는 알에서 시작해 올챙이를 거쳐 다리가 네 개인 성체가 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탄자니아에 사는 두꺼비(Nectophrynoides) 속(屬)에 속하는 세 종은 올챙이 단계가 없었다. 이 두꺼비들은 일반적으로 '나무 두꺼비'라고 불린다. 암컷은 알을 낳아 물에서 올챙이로 부화시키는 대신, 새끼를 몸속에서 품고 몸 형태를 완전히 갖춘 작은 두꺼비를 낳는다.
연구진은 두꺼비가 알을 낳지 않는 것은 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새끼를 낳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몸을 다 갖춘 새끼여야 다시 물로 돌아가는 여정을 소화할 수 있다.
셰르츠 교수는 "개구리가 올챙이에서 자란다는 것은 생물학의 대표적인 변태 과정으로 알려졌지만, 8000종 가까운 개구리 목은 실제로 매우 다양한 번식 방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미와 동남아시아에도 드물게 이번 두꺼비처럼 올챙이 단계를 생략한 종들이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의 한스 크리스토프 리트케(Hans Christoph Liedtke) 박사는 "알을 품고 있다가 다 자란 새끼를 낳는 개구리나 두꺼비는 전체의 1% 미만일 정도"라고 말했다.
◇120년 된 표본의 DNA와 비교
나무 두꺼비처럼 다 자란 새끼를 낳는 경우는 120년 전에 처음 발견됐다. 독일의 동물학자인 구스타프 토르니에(Gustav Tornier)는 베를린의 프로이센 왕립과학아카데미에 탄자니아에서 새끼를 낳는 두꺼비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토르니에가 처음 발견한 두꺼비 표본은 현재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연구진은 독일의 두꺼비 표본에서 유전자가 담긴 DNA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탄자니아에서 발견한 두꺼비들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냈다. 죽은 표본만 있는 자연사박물관이 살아있는 야생 동물의 정체를 밝히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개구리 목의 진화 과정을 새로 밝혔을 뿐만 아니라 멸종 위기 종을 보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에 발견한 두꺼비 종들은 탄자니아 동부의 아크 산맥에 사는데, 이곳은 다른 곳에는 없는 종들이 많은 생물 다양성의 보고(寶庫)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림 벌채와 광물 채굴, 기후변화로 위협을 받고 있다.
실제로 나무두꺼비는 대부분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한 종(Nectophrynoides asperginis)은 이미 야생에서 멸종됐고, 다른 종(Nectophrynoides poyntoni)은 2003년 처음 발견된 이후 다시 관찰되지 않았다.
참고 자료
Vertebrate Zoology(2025), DOI: https://doi.org/10.3897/vz.75.e167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