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지진재난문자 시스템을 대폭 개선해 국민 체감에 맞춘 맞춤형 안내를 제공한다. 아울러 지진 초기 자동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던 규모 예측 오차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선에도 나선다.
기상청은 12월부터 지역별 지진 체감 정도에 따라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로 구분 발송하는 새로운 체계를 도입하고, 지진 조기경보의 규모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4일 밝혔다.
그동안 지진 규모가 3.5 이상으로 분석되면, 최대 예상진도 Ⅴ 이상일 때 예상진도 Ⅱ 이상인 지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로 인해 실제로 흔들림이 거의 없는 지역에서도 경보음이 울려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있었다. 진도는 상대적인 흔들림의 크기를 뜻하며, 긴급 재난 문자는 경고음과 함께 발송된다.
지난 2월 7일 오전 2시 35분 충주에서 발생한 규모 3.1의 지진 당시, 초기 자동 분석 결과 규모가 4.2로 추정되면서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하지만 실제로 긴급재난문자 발송 기준인 진도 2 이상을 기록한 지역은 충주 일부에 그친 바 있다.
연혁진 기상청 지진화산국장은 4일 정책 브리핑에서 "지진 조기경보는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를 자동 분석해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흔들림이 큰 S파가 도달하기 1~2초 전만 알려줘도 대피가 가능하다"며 "신속성을 최우선하다 보니 규모 산출 정확성에 다소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전에는 실제와 0.5~0.7 정도 규모 차이가 났으나, 충주 지진의 경우 그 차이가 2배 가까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규모 예측 차이가 지진파가 관측소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흔들림이 약한 P파가 먼저 도달하고, 뒤이어 흔들림이 큰 S파가 들어오는데, 진앙에 가까운 관측소일수록 이 S파의 영향이 강하게 잡혀 실제보다 규모가 크게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기상청은 지난달 말부터 진앙 근처 관측소 자료의 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분석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내년부터는 관측 지점에 들어오는 S파 신호를 자동으로 걸러내는 기술도 개발해, 규모 산출의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문자 발송 체계도 더 세분화한다. 앞으로 예상진도 Ⅲ 이상 지역에는 경보음이 포함된 긴급재난문자를, 예상진도 Ⅱ 지역에는 경보음이 없는 안전안내문자를 각각 발송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기로 했다. 진앙에서 멀리 떨어져 지진동이 거의 없는 지역에도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진앙은 땅속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수직으로 지표면과 만나는 지점을 말한다.
연 국장은 "개선된 지진재난문자 시스템은 이동통신사와 협의하고 테스트까지 완료한 상황"이라며 "관련 규정 개정이 필요하지만, 연내 조기 시행을 추진해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진해일 예보 체계도 기존의 예측 기반 특보에 더해, 실시간 관측 데이터를 반영한 특보 시스템을 도입한다. 지진해일의 상승·하강·종료 등 변동 추세를 반영해 3시간 간격으로 세부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진해일 예상 높이가 특보 기준에 미치지 않더라도, 필요시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해 국민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정보 전달 체계를 강화한다.
내년에는 지진조기경보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해, 진앙지 인근 지역에는 기존보다 더 빠르게 지진 정보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재 지진 관측 후 국민에게 통보되기까지 5~10초가 걸리지만, 내년부터는 진앙 반경 40㎞ 이내 지역에는 정보를 최대 5초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원자력 시설, 철도 등 국가 주요 시설 36곳에서 시범 운영 중인 지진현장경보 시스템을 기존 조기경보체계와 통합해 새로운 조기경보체계를 운영한다. 흔들림을 먼저 느끼고 나서야 경보를 받는 '지진경보 사각지대'를 70% 줄인다는 목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지진과 지진해일은 예고 없이 발생한다"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민이 더욱 빠르게 위험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지진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