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폭염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5월부터 9월까지 폭염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근 기상청은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거 사례, 미래 전망을 담은 '폭염백서'를 발간했다. 그동안 기상청이 장마나 태풍, 엘니뇨(열대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현상) 등에 대해 백서를 낸 적은 있지만 폭염백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 권위자인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이 백서의 주저자를 맡았다.
백서에 따르면 폭염이 시작되는 시점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지속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에는 7월 초순에 폭염이 시작됐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6월 하순으로 앞당겨졌다. 마지막 폭염 발생 시점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폭염 기간이 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지난해 여름 열대야(최저기온 25도 이상 지속) 발생일은 20.1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1994년과 2018년에도 폭염과 열대야가 극심했지만, 2023년은 이를 뛰어넘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게 했다.
또 미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라 폭염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한반도에서 7~9월에 나타나는 폭염이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SSP5-8.5 시나리오) 5~9월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폭염이 지속되는 기간도 현재 평균 4.4일에서 최대 17.4일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 대응 여부에 따라 폭염 강도와 지속 기간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3도 이상 오를 경우, 2018년 여름과 같은 극한 폭염이 평균적인 기온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20ppm이지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할 경우 2100년에는 최대 1089ppm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수준의 폭염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금세기 말에는 폭염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탄소 배출 감축이 기후 위기를 늦출 핵심 대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