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물과 관련한 재난이 빈번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극심한 홍수가 있었고, 아프리카 남부와 아마존에서는 열대성 저기압과 가뭄이 심했다. 국제 연구진이 이렇게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발생한 원인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 순환 혼란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호주국립대(ANU)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7일 ‘2024 글로벌 물 모니터 보고서’를 발표하며 “지구 평균 온도가 계속 상승하면서 물이 지구 곳곳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고, 그 결과 극심한 홍수와 가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2024년은 지구 역사에서 가장 더운 1년이었다. 전 세계 111개국 약 40억 명, 즉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가장 더운 한 해를 경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육지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초기보다 약 섭씨 2.2도, 21세기 초보다 1.2도 높아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됐다. 2021년부터 4년 연속 기록적인 고온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살피기 위해 지구의 기후를 감시하는 수천 개의 지상국과 위성에서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 강수량과 토양 수분, 홍수와 같은 물 관련 지표를 살폈다. 분석 결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물 순환 체계가 바뀌어 아마존 분지와 남부 아프리카에서 열대성 저기압과 가뭄이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유럽과 아시아, 브라질에서는 폭우는 더 잦아지고, 폭풍은 더 느려져 극심한 홍수가 일어났다.
연구진은 “강수량 기록이 점점 더 규칙적으로 깨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월별 강수량 기록은 21세기 초보다 지난해에 27%, 일별 강수량 기록은 52% 더 자주 경신됐다”며 “최저 강수량 역시 38% 더 자주 경신됐다. 홍수와 가뭄이 공존하는 극단적인 기후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홍수로 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대홍수로는 80명 이상이 사망했고, 지역 강수량은 300㎜가 넘었다. 중국 남부에서는 양쯔강과 주강이 범람해 수만 명의 사람들이 대피했고 농작물 피해로 수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홍수로 인해 580만명이 피해를 봤다.
다른 지역은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지구에서 중요한 생태계 중 하나인 아마존 분지에서는 기록적으로 낮은 강 수위로 운송로가 막히고 수력 발전이 중단됐다. 건조한 날씨로 산불도 심해지면서 지난 9월에만 5만2000㎢ 이상을 태웠고,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했다. 남아프리카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옥수수 생산량이 50% 이상 감소했고, 3000만명이 식량 부족에 직면했다.
연구진은 홍수와 가뭄, 열대성 저기압과 산사태를 포함한 물 관련 재해로 전 세계에서 8700명 이상이 사망했고 4000만명이 이주했으며, 5500억 달러(약 809조원)를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앨버트 반 다이크(Albert van Dijk) ANU 교수는 “홍수와 가뭄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지구가 직면한 큰 위협 중 하나”라며 “홍수 방어를 강화하고, 가뭄에 강한 농업 생산 방식과 물 공급 체계를 개발하면서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