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시의 낮 최고기온이 20.1도로 겨울들어 가장 따뜻한 날씨를 기록하자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에서 바닷바람을 즐기고 있다./뉴스1

2023년은 사상 가장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기록한 해로 남았다.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가까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세웠고, 해수면 상승이나 빙하 감소, 해양 폭염과 같은 이상 현상이 관측됐다. 전문가들이 지난해 극단적인 폭염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구름의 감소가 급격한 기온 상승의 원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헬름홀츠 극지 및 해양 연구 센터의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AWI) 연구진은 지난해 급격한 기온 상승의 원인이 지구의 반사율 감소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6일 발표했다.

기후 과학자들은 지난해 이례적인 기온 상승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엘니뇨 현상, 대기 중 온실가스 축적, 화산 폭발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을 분석했다. 엘니뇨는 적도 동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말한다. 이를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3도가 오른 것은 설명할 수 있었으나, 나머지 약 0.2도의 원인은 밝히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설명 불가 구간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 반사율(알베도·albedo)' 감소를 지목했다. 지구 반사율은 태양에너지 중 일부가 대기 중 구름, 극지방의 눈이나 얼음에 반사돼 우주로 되돌아가는 비율을 뜻한다. 반사율이 낮을수록 태양 에너지가 더 많이 지표면에 도달하면서 지구의 온도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위성 데이터와 유럽중기기상예보센터(ECMWF)의 데이터를 분석해 지난해 지구 반사율이 1940년 이후로 가장 낮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북대서양과 열대 지역에서 저층 구름이 감소하면서 지구 반사율이 낮아졌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12월 이후 반사율이 감소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평균 기온은 약 0.23도 낮았을 것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연구진은 "저층 구름은 다양한 요인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해상 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가 낮아진 점이 주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에어로졸은 구름 생성에 필수적인 응결핵 역할을 하며, 태양광을 직접 반사해 냉각 효과를 낸다. 하지만 에어로졸 농도가 줄어들면서 저층 구름이 줄어들었고, 반사율이 낮아져 온난화가 가속화됐다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자연적인 기후 변동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지구 온난화 자체로 저층 구름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만약 저층 구름 감소가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면, 향후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저층 구름이 줄어들고, 반사율이 더 줄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도 상승 한계에 훨씬 빨리 도달할 수 있다"며 "극단적 기후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즉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q7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