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 송도송림테마파크의 소나무 숲./뉴스1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는 이산화탄소를 6.6㎏ 흡수한다. 축구장 크기의 30년생 소나무 숲이면 승용차 3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무가 수명을 다하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뱉어낸다. 이 때문에 나무는 뛰어난 탄소 흡수 능력에 비해 탄소 중립을 위한 기술 경쟁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 매릴랜드대 대기해양과학과의 닝 젱(Ning Zeng) 교수 연구진이 2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땅속에 파묻힌 수천년 된 나무에서 착안해 새로운 탄소 저장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거나 해양 해조류를 이용한 탄소 제거 방식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캐나다 퀘백주의 한 농경지에서 발견한 오래된 통나무에서 힌트를 얻었다. 풀과 관목으로 덮인 농경지 모퉁이의 지하에서 오래된 통나무가 나왔다. 2m 깊이에 묻혀 있던 통나무는 적삼나무였다. 연구진이 탄소연대측정을 한 결과 3775년 전의 나무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통나무를 연구실로 가져와서 흙을 씻어내고 자연 건조했다. 그리고 나무의 미세한 구조와 기계적 강도, 밀도, 화학 성분 등을 조사했다. 비교를 위해 갓 자른 현대의 적삼나무 시료도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 고대의 적삼나무 시료는 세포벽이 약간 얇아지고 뒤틀린 흔적 외에는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대 목재 시료는 현대의 목재에 비해 탄소 손실이 5% 미만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 목재 시료가 생전에 자라면서 나무 성분으로 머금었던 이산화탄소가 거의 배출되지 않고 수천 년 동안 나무 안에 그대로 머물렀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두 목재의 섬유질과 목질 성분인 홀로셀룰로스 농도와 리그닌 농도를 비교해 탄소 손실량을 추정했다. 닝 젱 교수는 “나무의 밀도와 셀룰로오스의 구성 변화를 확인하는 건 탄소 손실을 측정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이 방법을 사용한 결과 탄소 손실은 -2.8~5.0%의 범위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수천 년 동안 땅 속에 묻힌 통나무가 2.8%의 탄소를 오히려 더 축적하는 건 불가능하고, 탄소 손실의 상한선인 5%를 보더라도 인상적인 결과라는 게 닝 젱 교수의 설명이다.

그래픽=손민균

연구진은 수천 년 된 통나무가 썪지 않고 탄소를 간직할 수 있었던 건 나무가 묻혀 있던 매장지의 점토질 토양 덕분이라고 봤다. 물이 통하는 투수성이 낮은 점토질 토양이 나무를 완전히 둘러싼 탓에 부패가 늦춰지고, 나무 안에 있던 탄소도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발견한 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현해 이산화탄소가 담긴 목재를 땅에 묻고 최소 수백 년 동안 격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우드 볼트(wood vault, 목재 보관소)’라는 이름을 붙인 구조물을 이용해 목재를 땅 속에 묻고 부패와 분해를 방지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탄소 순환 모델과 임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년 발생하는 목재 수확량과 잔재물을 땅 속에 묻는 식으로 전 세계에서 연간 100억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목재를 이용한 방식은 현재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인 다른 탄소 제거 방식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산화탄소를 공기에서 바로 뽑아내는 직접공기포집(DAC)은 처리 비용이 t당 100~300달러에 달한다. 해조류 같은 해양 직접 포집 기술은 t당 1402달러에 달한다. 반면 연구진이 제안한 목재 지하 매립 방식은 t당 100~200달러 수준이고, 앞으로 10~20년 동안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을 최적화하면 30~100달러까지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닝 젱 교수는 “이산화탄소 제거 방법 중 목재 매립은 비용과 효율성 측면에서 좋은 균형을 제공한다”며 “투과성이 낮은 점토 토양을 사용해 고대 적삼나무 매장 환경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목재 저장고를 설계하면 비용과 효율성이 균형을 이루는 장기적인 탄소 격리 기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매릴랜드대학교 칼리지파크 연구팀은 캐나다 퀘백주에서 발견한 3775년 된 통나무와 현대의 나무를 분석해 새로운 탄소 저장 방법을 제시했다. 사진의 오른쪽이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3775년 된 나무로 점토질 토양 덕분에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됐다./Ning Zeng

예일대 산업생태학센터의 야오 위엔(Yuan Yao)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숲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대기에서 격리하지만 바이오매스가 분해되면 다시 탄소가 대기로 방출된다”며 “새로운 방법을 통해 목재의 탄소 저장 기간을 수백 년 이상 연장할 수 있다면 효과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방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 science.org/doi/10.1126/science.adm8133

Science(2024), DOI : science.org/doi/10.11126/science.ads2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