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의 바타가이카 분화구./로이터 연합뉴스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 해빙이 가속화되면서, 캐나다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 지역을 포함한 북반구 극지역의 산불이 더욱 증가하고 그 피해는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겸 부산대 석학교수 연구진은 기후, 영구동토층 전문가와 함께 대규모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 자료를 분석해 지구온난화 가속화에 따른 산불 빈도를 예측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이날 게재됐다.

최근 이례적으로 따뜻하고 건조한 상태로 인해 북극 지역의 대형 산불 피해는 더욱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인간의 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북극 산불 발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해하기 위해 토양 수분 함량과 영구동토층 해빙 가속화를 연구해 왔다. 영구동토층은 일반적으로 2년 이상 0도 이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얼어있는 지층을 말한다.

기존 산불 연구들은 주로 기상 조건에 의한 산불 위험지수를 산출했다. 관련 기후 모델들은 지구온난화, 영구동토층의 해빙, 토양 수분-산불 간의 상호작용, 식생 변화 고려와 같은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가장 포괄적인 지구 시스템 모델 중 하나인 복합 지구 시스템 모델(Community Earth System Model, CESM)을 영구동토층과 산불 분석에 사용했다. CESM은 미국 콜로라로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에서 개발한 전 지구 결합 기후 모델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모델은 토양 수분, 영구동토층, 산불 과정을 통합적으로 결합한 최초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영구동토층 해빙에 따른 북반구 극지역 산불 강화 메커니즘./IBS

다음으로 IBS와 NCAR 공동 연구진은 IBS 슈퍼컴퓨터 ‘알레프(Aleph)’로 1850~2100년의 기간을 다루는 대규모 시뮬레이션 100개를 수행했다. 시뮬레이션은 모두 기후변화 완화 정책에 소극적이며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를 가정하는 SSP3-7.0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이후 시뮬레이션 중 명확한 메커니즘을 설명할 수 있는 50개 시뮬레이션 자료를 선택해 분석했다.

그 결과 21세기 중후반에는 인간 활동에 의한 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 지역의 약 50%에 급격한 영구동토층 해빙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많은 지역에서 과잉된 토양 수분 배수의 빠른 증가와 토양 수분을 급격히 감소시키며, 토양 건조 환경은 특히 여름철 지면으로부터의 증발산을 감소시켜 기온을 증가시키고 대기를 더욱 건조하게 만든다.

김인원 IBS 연구위원은 “이러한 급격한 토양 수분과 대기의 변화는 산불을 심화시킨다”며 “모델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불이 거의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 강한 산불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급변하는 것이 불과 몇 년 안에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간 활동에 의한 대기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는 식물 광합성을 도와 고위도 지역의 식생을 증가시키며, 이러한 식생의 증가는 산불 연료 역할을 해 산불 피해를 심화시킨다”고 덧붙였다.

악셀 팀머만 IBS 연구단장은 “산불은 대기 중으로 이산화탄소, 블랙카본, 그리고 유기탄소를 방출한다. 이는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북극의 영구동토층 해빙 과정에 다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아직 지구 시스템 모델에 산불에 의한 연소 생성물과 대기 간의 상호작용은 완전히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앞으로 이러한 측면을 더 자세히 연구하고자 한다”고 향후 연구계획을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4-51471-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