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드 새우는 자신이 태어난 동굴을 집으로 삼는다. 수백m 떨어진 곳에서 사냥을 한 후에는 동굴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미시드 새우의 귀소 본능은 뛰어난 후각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노르웨이과학기술대

추석을 맞아 고향집에 들어서면 음식 냄새마저 낯익다. 과학자들은 뇌에 향기의 추억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손톱보다 작은 새우도 바닷물에서 집 냄새를 찾는다.

티에리 페레즈 프랑스해양연구소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17일 국제 학술지 ‘해양과학 프런티어’에 곤쟁이(Hemimysis margalefi)의 귀소 본능이 뛰어난 후각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곤쟁이는 바닷 속 동굴에 사는 작은 갑각류다. 작은 새우 같지만 아가미 위치가 다르다. 대부분은 몸 길이가 2~25㎜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자신이 태어난 동굴에서 수백마리가 모여 살다가 밤이 되면 수백m 떨어진 바다로 나가 플랑크톤을 사냥한다. 새벽이 되면 다시 동굴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해양생물학자들은 곤쟁이의 귀소 본능의 비결을 찾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바닷가재나 연어, 바다거북처럼 다양한 해양 동물이 길을 찾아다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간단한 신체 구조와 낮은 지능을 가진 곤쟁이가 바다에서 길을 찾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해양동물은 지구 자기장을 감지해 마치 위성항법장치(GPS)처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만, 곤쟁이는 그런 능력이 있는 기관이 없었다.

연구진은 사람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물질로 고향 냄새를 인식하듯 곤쟁이도 물에 퍼져 있는 물질을 감지해 집을 찾는 게 아닐까 추정했다. 공기가 아니라 물일 뿐이지 냄새를 맡는 것과 같다고 봤다.

연구진은 프랑스 남부 지역의 바다에서 곤쟁이우가 사는 동굴 3곳의 바닷물을 채취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동굴들은 각각 포코니에르, 자르, 3PP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연구진은 포코니에르, 자르에서 새우를 포획해 인공 수조에서 이들이 실제로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갈 수 있는지 확인했다.

실험은 하나의 통로가 양쪽으로 갈라지는 와이(Y)자 모양의 인공 수조에서 진행했다. 통로의 시작점에는 곤쟁이를 풀어 놓고 양쪽 끝에는 각기 다른 곳에서 채집한 바닷물을 천천히 흘려 보냈다. 이후 곤쟁이가 자신이 살던 동굴에서 채취한 바닷물이 있는 통로로 가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곤쟁이는 대부분 자신이 살던 동굴에서 나오는 물이 흘러나오는 통로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자르 동굴에 살던 새우는 다른 동굴에서 채취한 물보다 자르 동굴에서 채취한 물에서 머무는 시간이 16배 이상 길었다.

연구진은 바닷물 성분 차이가 미시드 곤쟁이의 귀소 본능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고 바닷물에 포함된 물질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바닷물은 동굴마다 단백질 조각인 펩타이드, 지방산, 스테로이드, 알칼로이드 같은 성분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성분은 동굴 내부에서 새우와 함께 사는 산호나 해면동물(스펀지)이 분비하는 물질이다.

연구진은 곤쟁이가 마치 물의 냄새를 맡듯이 미세한 성분 차이를 감지하고 자신이 사는 동굴에 찾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자기장을 감지하는 신체 기관이 없더라도 높은 확률로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

문제는 대기오염으로 곤충들이 꽃 냄새를 찾지 못하듯 해양 오염이 심해지면 곤쟁이의 귀소 본능도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면 해양 생태계가 위기를 맞는다. 곤쟁이는 바다 먹이 사슬에서 최하위에 있는 동물 중 하나로 대부분 해양 동물이 먹이로 삼고 있다. 곤쟁이 개체수가 감소하면 해양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페레즈 연구원은 “동굴 내부의 수질이 바뀌면 곤쟁이가 영향을 받고, 전체 생태계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최근에는 산호와 해면동물이 크게 감소하면서 해양 생태계 변화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Frontiers in Marine Science(2024),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marine-science/articles/10.3389/fmars.2024.1448616/fu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