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세계 곳곳에서 포착된 지진파를 유발한 원인이 드러났다. 거대 빙하가 기후변화로 녹아내리면서 일으킨 지진해일(쓰나미)이 범인이었다. 기후변화가 해수면 상승, 온난화를 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구까지 흔들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티안 스벤네빅 덴마크·그린란드 지질조사국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1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일어난 산사태가 쓰나미와 지구 전역의 진동을 일으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9월 16일 곳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지진파가 발생했다. 당시 발생한 진동은 9일에 걸쳐 계속됐을 정도로 강했으나, 지질학자들은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전 지구적인 진동이 발생한 것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비슷한 시기 그린란드 딕슨 피오르에서 발생한 산사태에 주목했다. 피오르는 빙하가 침식해 만든 U자 모양 협만이다. 딕슨 피오르는 북극에 가까운 스발바르 제도에 있다. 이곳은 최근 기후변화로 북극에서 가장 빠르게 빙하가 녹아내리는 지역으로 꼽힌다.
당시 산사태는 딕슨 피오르의 거대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일어났다. 약 2500만㎡ 면적에 해당하는 빙하가 1.2㎞ 높이에서 떨어지며 인근 피오르에서 쓰나미를 일으켰다. 이때 파도 높이는 최대 110m에 달했다.
연구진은 산사태 현장을 포착한 항공·위성 영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가상실험) 모델을 이용해 산사태와 쓰나미로 발생한 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쓰나미는 ‘세이치(seiches)’라고 불리는 형태의 진동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치는 물이 특정 주파수의 힘에 의해 앞뒤로 반복해서 흔들리는 파동 형태를 말한다.
세이치는 일반적으로 빠른 시간에 주변으로 퍼져 사라진다. 하지만 딕슨 피오르는 깊고 좁은 형태의 지형이었던 만큼 세이치가 9일까지 지속됐다. 진동이 외부로 흩어지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갇혔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세이치가 오랜 기간 계속되면서 물의 진동은 지표면을 타고 세계 곳곳에 지진파 형태로 전달됐다고 분석했다.
진동의 형태도 지질학자들이 관측한 지진파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이치는 90초를 주기로 물을 앞뒤로 흔들었는데, 지구 표면에서 관측된 지진파도 같은 형태였다. 연구진은 이번 사건이 기후변화가 지구 환경과 사람들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스벤네빅 연구원은 “물의 진동이 지구를 흔들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확인됐다”며 “기후변화는 지금까지 안전지역으로 여겨졌던 곳에서도 강한 쓰나미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추가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m9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