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深海) 광물이 스스로 바닷물을 분해해 산소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국제 사회의 규제 방안 마련을 앞두고 나온 연구 결과라 더욱 관심을 끈다. 만약 해저 광물이 내는 산소가 심해 생태계를 유지한다면 광물 채굴이 금지될 가능성도 있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의 앤드류 스위트먼(Andrew K. Sweetman) 박사는 지난 2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깊은 바닷속 해저 광물이 산소를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해의 평평한 해저 평원에는 감자 크기의 광물 덩어리인 단괴(團塊)가 널려 있다. 배터리, 전자제품에 쓰이는 니켈이나 망간, 코발트, 구리 등 다양한 광물이 단괴에 들어있다. 이 때문에 여러 국가나 기업이 오래 전부터 해저 광물 채굴을 시도했지만,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로 본격적인 채굴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심해 광물이 산소 공급원이라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헤저 광물 채굴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해양과학협회 연구진은 2013년부터 태평양의 클래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의 심해 광물을 조사했다. 클래리온-클리퍼톤 해역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에 약 600만㎢ 면적의 해저 지역으로 고가의 광물이 많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균 수심은 5000m에 면적은 인도의 두 배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는 각국 기업과 연구소에 심해저 광물 채굴권 31건을 부여했는데, 이 중 19건이 이 지역에 있다.
연구진은 2013년과 2021년 두 차례 탐사 과정에서 단괴가 있으면 해저의 산소 농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스위트먼 박사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데이터 세트에서 동일한 산소 발생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심해 광물이 산소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실제 심해 광물을 실험실로 가져와서 실험했다.
실험 결과 심해 광물에서 1.5V(볼트) 정도의 전기가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 AA 배터리 충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이런 광물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전기분해를 통해 바닷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하기에 충분한 전압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설명이 아니고서는 빛도 들지 않는 수심 5000m의 해저에서 산소 농도가 높아지는 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영국 해양생물학협회의 폴 단도 박사는 영국 뉴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심해 광물 지역의 생태계를 이해하기 전까지는 채굴을 하면 안 된다는 과학자들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심해 광물이 어떻게 전류를 만드는 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런 반응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지, 또는 어떤 조건에서 발생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심해 광물이 만든 산소가 실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불분명하다.
연구 결과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학자도 있다. 도널드 캔필드 남덴마크대 교수는 "심해 광물인 산화망간을 생산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다"며 "산소는 생산의 전제 조건이지 결과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저 광물이 지구의 산소 생산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스위트먼 박사에 연구비를 지원한 캐나다의 심해 광업 회사인 TMC도 연구 결과에 의구심을 보였다. TMC 측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데이터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여러 주목을 받는 이유는 ISA가 조만간 심해 광물 채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ISA는 오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제29차 ISA 총회를 개최한다. ISA는 국제 해역에서 상업용 심해 채굴 허가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안을 마련하고 있다. 캐나다의 TMC를 비롯해 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심해 광물 채굴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고 있고, 반대로 페루나 그리스 등 20여개국은 심해 채굴 금지와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참고 자료
Nature Geoscience(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61-024-014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