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우산을 쓴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폭염과 폭우 위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여름의 초입인 지난달, 폭염 일수와 강수량이 이미 평년 기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100년에 한 번 올만 한 극한기상 현상이 잦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섭씨 22.7도로, 평년 21.4도보다 1.3도 높았다. 이는 기상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다. 전남 완도와 경북 의성, 대전, 강원 철원은 올해 6월 하루 최고 기온 극값을 경신하기도 했다.

폭염 일수도 지난달 역대 가장 많았다.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서는 날씨를 의미하는 폭염일수는 지난달 전국 평균 2.8일을 기록했다. 6월 폭염은 평년 0.7일 발생할 정도로 흔한 현상이 아니었다. 서울의 열대야는 지난달 21일 발생해 기상 관측을 시작한 1907년 이후 가장 빨랐다. 열대야는 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이상인 날씨를 말한다.

강수량은 평년과 같았지만, 건조한 시기와 강수량이 많은 시기가 극명하게 구분됐다. 지난달 초순과 중순에는 한반도 북서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건조했지만, 지난달 19일 제주부터 시작한 장마로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해졌다.

장마 초기에 해당하는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 강수량은 이미 평년을 넘어섰다. 이 기간 전국 누적강수량은 134.7㎜로, 평년(84.5㎜)의 1.7배다. 제주 지역은 같은 기간 평년(151.6㎜)의 두 배가 넘는 392.4㎜의 비가 쏟아졌다. 중부지방은 평년보다 나흘 늦은 지난달 29일부터 장마가 시작됐지만, 누적강수량(115.0㎜)은 평년(51.0㎜)의 두 배를 넘었다.

숨 고르기에 들어가던 장맛비가 오늘 밤부터 다시 내리는 가운데 기상 전문가들은 극한 폭우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기온이 1도 오르면 공기 중 수증기량이 7% 늘어난다고 보는데, 한반도 기온과 해수면 온도가 많이 오른 상태라는 것이다. 이에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폭우’라고 말할 수 있는 현상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부지방의 경우 장마가 지난달 29일에 늦게 시작돼 장마 일수는 비슷할 것으로 보지만, 강수량은 더 많을 것”이라며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높은데, 공기가 주변 바다를 통과하면서 더 많은 수증기를 한반도에 공급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높은 기온으로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수량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기후변화로 대기 불안정이 슈퍼컴퓨터나 수치 모델의 예측 범위를 넘어갈 경우, 갑자기 늘어난 강수량에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사고나 충북 오송 지하차도 사고 등 최근 몇 년간 폭우로 인명·재산피해가 극심했던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박종연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기후모델 예측에 따르면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는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라며 “특히 한국은 기온이 많이 오른 지역이라 확률적으로 극한 강수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년에 한 번 내릴 강수가 잦게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반 센터장도 “장마전선에서 대기가 굉장히 불안정해지면 호우가 내리는데, 기후변화가 심해질수록 대기 불안정은 더 강해진다”며 “앞으로는 국지성 호우를 예측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씨를 예측하는 모델로 강수량을 예측해도 몇 배 많이 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