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원 한양대 교수 연구팀은 곤충의 혈구세포 중 크리스탈 세포가 산소전달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이미지는 크리스탈 세포를 송진이 화석처럼 굳을 때 나오는 호박에 합쳐서 보여주고 있다./심지원 교수

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산소 전달 체계와 관련해 기존 학설을 뒤엎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심지원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산소 전달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지금까지는 곤충이 외부와 직접 이어진 숨관을 통해 호흡한다는 것이 정설처럼 알려졌다. 생물학 교과서에도 곤충은 사람처럼 산소를 운반하는 혈구세포가 없어서 숨관에만 호흡을 의존한다고 나온다.

심 교수 연구진은 초파리 유충을 통해 기존 학설을 뒤엎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초파리의 혈구세포 중 ‘크리스탈 세포(Crystal cell, 결정 세포)’가 산소를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찾아낸 것이다. 크리스탈 세포는 초파리의 세 가지 골수성 혈구세포 중 색을 검게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데 관여하는 종류이다. 전체 혈구 세포의 5% 정도를 차지하며, 세포 안에 단백질 결정 구조를 갖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연구진은 혈구세포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그 결과 혈구세포가 숨관과 혈장 사이에서 방향성 있게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혈장은 혈액의 액체 성분이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탈 세포가 주된 역할을 하는 것도 밝혀냈다. 산소 농도에 따라 프로페놀산화효소(PPO)라는 단백질이 크리스탈 세포의 이동을 조절했다.

유전자를 변형해 크리스탈 세포를 없애거나 PPO를 제거하자 초파리 유충은 산소 부족을 겪었다. 초파리 유충의 발달과정에서 크리스탈 세포에 의한 산소 전달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심 교수는 이번 연구가 산소의 저장고 역할을 할 수 있는 크리스탈 세포의 새로운 기능을 규명한 것으로 곤충의 호흡계 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초파리 유충의 혈구세포가 체내 산소 분압을 조절하는 기능을 최초로 규명한 본 연구는 생물학 교과서를 바꿀 내용”이라며 “곤충을 비롯한 무척추 동물의 호흡 발달과 진화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83-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