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광범위한 면적을 태우며 계속 번지고 있다./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대형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산불은 미국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를 기록했다. 일주일 만에 서울의 7배가 넘는 면적을 태웠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변화와 토지이용 변화로 산불이 더 빈번히 발생하고 강도도 세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극한 산불이 2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 데이비드 보먼(David Bowman) 교수와 캘럼 커닝엄(Calum Cunningham) 박사 연구진은 “위성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2003년 이후 극한 산불의 빈도와 규모가 2.2배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 및 진화(Nature Ecology&Evolution)’에 공개됐다.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인공위성이 관측한 8800만건의 산불을 분석했다. 연기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사회에 어느 정도 피해를 줬는지 따져 ‘심각도’로 나타냈다. 이 중 심각도가 상위 0.1%인 극한 산불 사례 3000건을 선별했다.

그 결과 지난 20년 동안 극한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2.2배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근 6년 동안 극한 산불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화재의 심각도가 감소한 지역보다 증가한 지역이 더 많았다.

특히 북미와 오세아니아, 지중해 주변과 같은 특정 지역에서 극한 산불이 빠르게 증가했다. 북미, 러시아 지역의 온대 침엽수림에서는 11배, 아한대림에서는 7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탄소가 풍부한 숲에서 발생한 화재는 엄청난 양의 연기와 탄소를 방출해 온난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후변화와 산불의 상관관계를 부정하는 주장이 나왔다. 2017년 나사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산불에 탄 면적이 4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은 이를 근거로 기후변화로 산불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은 기후위기의 영향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커닝엄 박사는 “기후 회의론자들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해 장기간 극한 화재의 추세를 살피려 했다”며 “화재로 연소되는 면적은 감소하고 있지만, 화재가 더 극단적인 형태로 일어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극한 산불이 증가할수록 대규모 탄소 배출로 지구 온난화가 심화돼 산불 빈도가 더 잦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커닝엄 연구원은 “날씨가 더 덥고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마련됐고, 심지어 화재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라며 “기후변화는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ature Ecology & Evolution(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59-024-024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