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돌고래는 대부분 시간을 파도를 뛰어넘거나 다른 돌고래와 함께 나란히 헤엄을 치는 '놀이'를 하면서 보낸다. 과학자들이 적지 않은 에너지를 뚜렷한 의미가 없는 놀이에 쓰는 이유를 밝혀냈다. 놀이를 하면서 커서 짝짓기를 할 때 필요한 행동을 연습한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와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공동 연구진은 "새끼 돌고래 수컷이 놀이를 많이 하면 나중에 커서 더 많은 후손을 본다"고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1982년부터 호주 샤크베이 앞바다에서 수컷 돌고래(인도 태평양 큰돌고래) 200여 마리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20여년 전 어린 수컷이 함께 움직이며 서로 호흡을 맞추고 발성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다 큰 수컷이 암컷을 데리고 가는 모습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구진이 관찰한 돌고래는 나이가 4~12살로 아직 성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상태였다. 돌고래는 보통 12~15살은 돼야 성적으로 성숙된다.
연구진은 어린 수컷 돌고래의 이런 행동이 어른 돌고래의 행동을 따라하는 놀이 연습이 아닐까 추정했다. 실제로 새끼 돌고래의 놀이 행동은 보통 수컷 서너 마리가 하지만, 간혹 어린 암컷 한두 마리가 동참하기도 했다. 놀이는 한 돌고래가 앞서고 다른 돌고래들이 뒤를 따르며 빠르게 쫓아가는 식으로 진행됐다.
쫓아가는 돌고래들은 '팝(pop)'하고 소리를 냈다. 연구진은 이 소리가 성체 수컷이 암컷을 따라가며 짝짓기를 시도할 때 내는 것과 같은 소리라고 설명했다. 샤크베이 돌고래 연구 프로젝트를 이끈 캐서린 홈즈 박사는 "수컷의 번식에 있어서 서로 호흡을 맞추고 발성하는 동시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은 거의 끊임없이 놀았고 지치지도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돌고래판 술래잡기는 쫓기던 암컷 역할을 맡은 돌고래가 헤엄을 멈추고 수면 위로 떠오르면 멈춘다. 그러면 다른 돌고래가 달려들어 서로 온몸을 문지른다. 부리와 성기로 생식기 부위를 만지면서 발기까지 일어난다. 이후 다른 돌고래가 쫓기는 역할을 맡고 다시 놀이가 시작된다.
어린 수컷 돌고래들은 아직 짝짓기를 할 수 없는 나이인데도, 이런 놀이를 하면서 하루 중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홈즈 박사는 "수컷들은 놀이를 통해 강한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고 짝을 얻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짝짓기를 하기 몇 년 전부터 놀이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놀이 연습은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22년 동안 수컷 돌고래 11마리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돌고래판 술래잡기 놀이에서 쫓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 수컷 돌고래가 성체가 된 후에 새끼를 더 많이 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논문 교신 저자인 스테파니 킹 브리스톨대 교수는 "놀이 행동은 인간과 여러 동물 사이에 널려 퍼져 있었지만, 동물들이 함께 노는 이유는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동물이 함께 놀면서 성체가 됐을 때 필요한 행동을 미리 연습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과학자들도 결과에 흥미를 보였다. 미국 위스콘신-오클레어대의 행동생태학자인 제니퍼 스미스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놀이 행동을 번식 성공과 연결한 최초의 연구"라며 "놀이는 쓸모 없는 것이 아니라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걸 알려주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라'는 격언을 뒷받침해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 https://doi.org/10.1073/pnas.2305948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