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이현의 가쓰야마시는 인구 2만8000여명의 작은 도시지만 특별한 관광 명소가 있다. 캐나다 로얄티렐박물관, 중국 자공공룡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공룡박물관으로 불리는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이다. 공룡 연구의 변방국이었던 일본은 이 공룡박물관 덕분에 세계 공룡 연구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후쿠이현은 공룡을 관광자원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매년 90만명이 공룡박물관을 보러 후쿠이현을 찾는다. 지난 24일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에서 만난 요시카즈 노다 자문연구원은 "박물관은 100% 후쿠이현의 지원금으로 운영한다"며 "현의 적극적인 투자로 공룡 연구와 함께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은 캐나다, 중국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공룡 박물관으로 꼽힌다. 현 정부가 모든 예산을 지원해 공룡 연구와 전시에 투자한 결과 매년 90만명이 박물관을 찾는다./후쿠이현(일본)=이병철 기자

고마쓰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여 달려 도착한 후쿠이역에는 거대한 조형물이 우뚝 서 있었다. 뿔 3개를 가진 공룡 트리케라톱스 동상에는 '공룡의 왕국 후쿠이'라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역 안에도 후쿠이현에서 발견된 일본 고유 공룡 종(種)인 '후쿠이랩터스'의 전신 골격 복제품이 전시돼 있었다. 후쿠이역을 지나는 사람들은 공룡의 웅장한 모습에 발길을 멈추고 연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눌렀다.

후쿠이역에서 전철로 1시간, 차로 30분을 더 간 이후에나 도착한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통이 다소 불편하지만 많은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고 있다. 실제로 이날도 관람객 수백명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은 전시품이 다양할 뿐아니라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잘 갖추고 있다. 박물관은 전시실이 마련된 실내 박물관과 화석 발굴지를 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야외 박물관에서 운영된다.

노다 연구원은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공룡 발굴지를 볼 수 있는 야외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연구 현장에서 공룡 화석이 어떻게 발굴되는지 직접 보고, 후쿠이현의 공룡 발굴 역사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발굴지에서 채집한 돌 조각을 쪼개 화석을 찾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해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필수 코스로 꼽힌다.

박물관에서 차로 20여분 험난한 산길을 달려 야외 박물관에 도착하자, 맞은 편에 한창 발굴이 진행 중인 비탈면이 드러나 있었다. 매년 여름 200㎡ 면적에서 진행되는 발굴이 이뤄져 화석 수십~수백개가 발견된다. 공룡화석 뿐 아니라 파충류, 조개 같은 다양한 생물 종의 흔적이 이 곳에 여전히 잠들어 있다. 현재는 개관 25주년 행사 준비로 발굴 작업이 멈춘 상태였다.

후쿠이현은 지역 내 한 산에서 악어 이빨 화석이 발견된 것을 계기로 산을 통째로 구매했다. 매년 이 산에서는 수십~수백개의 화석이 발견된다. 일본 고유 공룡 6종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다./후쿠이현(일본)=이병철 기자

노다 연구원은 "초기 백악기 시대의 지층이 묻혀 있는 지역"이라며 "후쿠이현이 공룡 연구를 위해 산 전체를 매입했다"고 말했다.

1969년 한 중학생이 후쿠이현에서 악어 화석을 발견했다. 이 학생이 후쿠이현에 화석 발굴을 알리자 현 정부는 고생물학자들을 모아 발굴지 일대를 조사시켰다. 당시 사유지였던 산을 통째로 구입해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발굴할 수 있었다. 수십년간 이어진 발굴 결과 연구자들은 일본 고유 공룡 6종을 학계에 보고했다. 후쿠이현은 공룡박물관을 설립해 발굴된 공룡 화석을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켰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은 세계 3대 공룡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난해 건립한 신관까지 더해 이 곳에 전시된 공룡 표본은 500여점에 달한다. 전시장에는 후쿠이현에서 발굴한 화석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수집한 공룡이 자리했다. 박물관은 신관 개관을 위해 전시품 준비에만 3년 이상을 투자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티라노사우루스 모형. 박물관에는 실제 화석과 레플리카(replica) 모형이 전시돼 관람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후쿠이현(일본)=이병철 기자

공룡박물관은 공룡 화석 대부분을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다. 실제 화석을 구매하기 어려우면 화석을 정교하게 본뜬 레플리카(Replica·복제본)를 구매하기도 했다.

심지어 실내 전시장 한 가운데에 실제 공룡 화석 발굴 현장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미국의 발굴 현장을 통째로 구입해 화석을 처리해 전시하고 현장도 그대로 보존한 것이다. 후쿠이현은 이 전시품 하나를 위해 20억원을 투자했다. 노다 연구원은 "화석 전시품을 구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들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후쿠이현은 관광자원으로서 공룡 화석의 가치를 알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공룡의 대중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실'이라고 이름 붙은 박물관 한 편에서 실제 연구원들이 아닌 관람객들이 돌덩이 속에 숨은 화석을 발굴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실제 연구원들이 화석을 처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공룡 화석이 발견되고 전시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 주 전시실. 지난해 리노베이션을 마쳤다. 박물관에서 전시한 화석은 500여점에 달한다. 후쿠이현 내에서 발굴한 화석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집한 화석을 한 번에 볼 수 있다./후쿠이현(일본)=이병철 기자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이 개관한 지 25년이 됐지만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노다 연구원은 "관람객들에게 늘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전시실 신관을 건립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박물관은 전시뿐 아니라 공룡 연구도 진행했다. 새로운 화석을 찾으면 연구 결과를 박물관을 통해 소개했다.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연구 인력은 50여명, 인근 후쿠이현립대 연구진을 더하면 60명을 넘는다. 후쿠이현립대는 공룡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일본에서 최초로 공룡학부를 설치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노다 연구원은 "후쿠이현은 공룡학자가 되길 바라는 학생들이 성장하는 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학생들이 직접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은 매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 있다"고 말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에 마련된 화석 처리실. 연구원들이 돌 속에 숨은 화석을 분리하고 있다. 이 장면은 관람객들이 볼 수 있게 공개돼 있다./후쿠이현(일본)=이병철 기자

후쿠이현은 공룡 화석 전시와 연구, 교육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서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경남 고성과 경기 화성에 공룡 발자국, 알 화석지가 있으나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키지는 못했다.

후쿠이현립 공룡박물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융남 서울대 교수는 "일본은 원래 공룡 연구가 활발하지 않던 나라지만 적극적인 투자로 관광자원화도 성공한 우수 사례"라며 "한국도 관련 산업에 투자하면 지역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