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이 돌멩이를 들고 다니며 조개와 홍합 같은 어패류를 깨 먹는 게 치아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밝혀졌다. 해달이 돌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더 딱딱한 먹이도 먹을 수 있어 생존력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타 메타(Rita Mehta)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크리스 로(Chris Law) 미국 텍사스대 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공동 연구진은 "남방해달은 도구를 사용해 먹이를 섭취해 치아 손상을 줄인다"고 16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는 몬터레이 베이 수족관과 함께 수행했으며,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 중부 해안에 서식하는 남방해달 196마리에 무선 인식표를 부착하고 관찰했다. 남방해달은 캘리포니아 중남부에 사는 해달을 말한다. 과거에는 일본 홋카이도와 알래스카, 북아메리카에 서식했지만, 대대적인 모피 사냥으로 개체 수가 줄어 멸종위기종이 됐다. 현재는 캘리포니아주 연안에 3000마리 정도만 서식한다.
남방해달은 어패류 중에서도 전복이나 성게를 좋아한다. 전복은 먹을 수 있는 부분이 드러나 있고 성게는 부서지기 쉬워 섭취하기 편하다. 하지만 전복과 성게가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점차 사라지면서 남방해달은 조개와 홍합, 게를 찾았다. 새로 찾은 먹이가 단단한 껍질로 쌓여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달이 돌을 도구를 사용한 것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남방해달은 딱딱한 먹이를 섭취할수록 치아를 보호하기 위해 도구를 더 자주 사용했다. 돌과 조개껍데기,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가 도구였다. 연구진은 "남방해달의 치아가 손상되면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치아 상태는 생존에 중요하다"며 "도구를 사용하면 해달이 다양한 유형의 먹이를 섭취해 필요한 열량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암컷은 새끼를 키우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수컷보다 도구를 더 많이 사용했다. 암컷이 단단한 먹이를 섭취하는 비율은 수컷보다 35% 높았다. 관찰한 암컷들은 수컷보다 치아 손상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새끼를 키우는 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 암컷은 먹이를 찾는 행동이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암컷들은 필수 열량을 채우기 위해 작은 신체 크기와 약한 무는 능력을 극복하려 도구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j6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