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 살고 있는 신세계앵무새(neotropical parrot). 동물행동학자들은 야생에서 수컷 동물이 다른 수컷을 죽이고 새로운 짝을 맞이한 후 그들의 새끼를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신세계앵무새는 새끼를 돌봐주면서 새로운 짝과 유대감을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로이터 연합뉴스

약육강식의 야생 생태계에서도 어버이의 은혜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이 낳은 새끼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미국 과학자들이 30년 가까이 관찰한 끝에 앵무새가 남의 자식을 자신의 새끼처럼 돌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자신의 유전자를 갖지 않으면 죽일 거라고 생각했던 과학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결과이다.

스티브 베이싱어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보존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7일(현지 시각) "신세계앵무새(학명 neotropical parrot) 수컷이 새롭게 맞이한 짝의 새끼에게 먹이를 먹이거나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컷이 재혼 상대의 전 남편 자식을 입양한 셈이다.

야생 동물이 새로운 짝을 만나면 일반적으로 이전에 낳은 새끼를 죽인다. 무리의 우두머리가 바뀔 때도 이전 우두머리의 새끼들이 희생된다. 동물생태학자들은 이 같은 행동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다른 수컷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없애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사자와 고릴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동물에서 새끼를 죽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일부 과학자가 부성애를 발휘해 새끼를 입양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지만, 최근까지 입양의 사례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연구진은 1987년부터 새끼를 입양하는 동물을 찾기 위해 신세계앵무새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앵무새 둥지를 만들고 27년간 관찰했다. 신세계앵무새 무리는 수컷이 암컷보다 2배 가량 많다. 자연 수컷들 사이에 짝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자주 일어나 죽는 수컷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짝을 잃은 암컷 앵무새는 여러 마리의 수컷에게 구애를 받고 새로운 짝을 맞이했다.

관찰 기간 동안 2700개 이상 둥지에서 250마리가 넘게 다른 앵무새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공격에 성공한 앵무새는 죽은 앵무새의 둥지를 차지했다. 이 중 69%는 암수 앵무새를 모두 죽였으나, 31%는 죽은 수컷의 짝에게 구애하고 둥지에 같이 살았다. 전 남편을 죽이고 재혼한 셈이다.

다소 폭력적인 다툼 끝에 새로운 짝을 맞이한 앵무새지만, 이전에 낳은 새끼는 자기 자식처럼 돌봤다. 먹이를 챙겨주는 것은 물론 다른 앵무새나 포식자에게서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행동은 싸움을 한 앵무새의 절반 이상에서 나타났다. 새로운 수컷 짝을 찾은 극소수의 암컷 앵무새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베이싱어 교수는 "처음에는 부리에 피가 묻은 수컷이 새롭게 차지한 둥지에서 부리에 피를 묻히고 나와 새끼들을 죽였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보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교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수컷 앵무새가 의붓새끼를 품는 이유가 결국은 자신의 자손을 번성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새로 맞이한 암컷과의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그들의 새끼를 돌봐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새끼를 죽인 앵무새보다 입양해 돌봐준 앵무새가 더 빨리 번식하고 더 많은 새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싱어 교수는 "새끼를 입양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입양이 동물의 번식을 방해한다는 기존의 통념을 완벽히 뒤집는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참고 자료

PNAS(2024), DOI: https://doi.org/10.1073/pnas.231730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