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가 지구온난화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로 사과나 배 생산량이 줄며 과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 게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셈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 12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에서 '세계바나나포럼(WBF)'을 열고 바나나의 지속 가능한 소비·생산을 위해 논의했다. 세계바나나포럼은 글로벌 바나나 공급망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기후 변화와 감염병 같은 바나나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바나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바나나포럼에 참가한 파스칼 리우(Pascal Liu) FAO 수석 경제학자는 "기후 변화는 바나나 산업에 엄청난 위협"이라고 말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바나나 나무의 뿌리를 썩게 만드는 파나마병이다. 파나마병은 바나나 나무가 곰팡이의 한 종류인 '푸사리움 윌트 TR4(Fusarium Wilt TR4)'에 감염되면서 일어난다. 바나나는 파나마병에 매우 취약해 농장에 확산하기 시작하면 모든 바나나 나무가 죽고 제거하기도 어렵다.
파나마병은 현재 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쳐 남아메리카까지 퍼졌다. 파나마병에 감염되는 지역은 2040년 1만6000㎦로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는 전 세계 바나나 재배지의 4분의 1 수준으로, 연간 전 세계 피해액은 100억 달러(13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마병은 1990년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빠르게 퍼졌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로 홍수와 강한 돌풍이 잦아지면서 파나마병이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우 수석 경제학자는 "저항력이 매우 강한 푸사리움 포자는 홍수나 강한 바람으로 퍼진다"며 "(홍수와 돌풍 같은) 이상기후는 일반적인 날씨 패턴일 때보다 바나나의 감염병을 빨리 퍼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나나는 연간 1억5000만t이 생산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열대과일이다. 바나나 산업은 1960년대 이후 지구의 연간 기온과 강수량이 변하면서 최대 생산지가 브라질과 동남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변하는 영향을 받았다. 세계바나나포럼에서는 지구 온도가 더 오르거나 이상기후로 병충해 피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바나나의 지속 가능한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바나나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1000㎏당 1608달러(211만5000원)로, 20년 전인 2004년 1월(435달러)보다 3.7배 올랐다. 리우 수석 경제학자는 "실제로 바나나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며 "공급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바나나 가격은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Plants People Planet, DOI: https://doi.org/10.1002/ppp3.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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