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벤처기업 아크틱리플렉션스(Arctic Reflections)은 최근 영국 뱅거대 연구진이 설립한 벤처기업 리얼아이스(Real Ice)와 캐나다의 북극지방인 누나부트주 이칼루크투티아크(Iqaluktuuttiaq)에서 해빙에 물을 뿌려 얼리는 실험을 하고 있다. 넓은 들판에 물을 가둬 얼리고 그 위에 물을 뿌려 얼리는 일을 반복해 빙하를 만드는 연구다.
두 회사는 겨울마다 스케이트장을 얼리는 것에 착안해 기후변화로 얇아지는 해빙을 더 두껍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북극 바다에 떠다디는 빙하(해빙)에 구멍을 뚫고 펌프를 꽂으면, 펌프가 바닷물을 끌어올려 해빙 표면에 뿌려 얼음을 점점 두껍게 만드는 원리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북극 빙하를 복원하려는 두 회사의 연구 활동을 전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현재 북극 빙하는 10년마다 13%씩 줄고 있다. 2050년 여름에는 빙하가 모두 사라질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시작되기 전처럼 빙하를 복원시키는 어려워도, 지금 남아 있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수소연료전지로 작동하는 전기펌프를 이용해 바닷물을 끌어올려 빙하에 물을 뿌리는 일을 반복해서 하고 있다. 빙하에 뿌린 바닷물은 영하 50도 기온에서 어는데 연구진은 이 작업을 반복하면 실제 빙하가 두껍게 형성돼 오래 유지되는지 살펴보고 있다.
안드레아 체콜리니(Andrea Ceccolini) 리얼아이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이 지역 빙하의 두께는 약 1m"라며 "눈이 쌓여 있는 표면에 물을 뿌리고 얼리기를 반복해 10~20㎝를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펌프를 100~1000개 설치하면 계산상 북극 여름에 10만㎢ 얼음이 녹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폰게르 이프마(Fonger Ypma) 아크틱리플렉션 CEO는 "네덜란드에서는 추운 날씨가 되면 초원에 물을 가둬 얼리고 매일 밤 그 위에 물을 뿌려 더 얇은 층을 쌓기를 반복해 스케이트장을 만든다"면서 "이런 방식을 북극 해빙에도 적용한다면 단단한 스케이트장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해빙도 좀 더 두꺼워지고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수치가 낮아지고 빙하가 자연적으로 복원되기까지 북극 빙하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아이스는 현재 물속에서 움직이다가 얼음의 두께를 감지하고 필요에 따라 영하 1.5도 물을 끌어올려 표면에 뿌릴 수 있는 수중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체콜리니 CEO는 "이런 드론 50대가 하루 100㎢를 돌아다닌다면 실제로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빙하를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이런 기술로 빠르게 사라지는 북극 빙하를 기후위기 이전 상태로 복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줄리엔 스트뢰브(Julienne Stroeve)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극지관찰및모델링학과 교수는 "이 기술로 기후에 실제 영향을 미칠 만큼 대규모 결과를 얻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트뢰브 교수는 "전체 북극해는 1400만㎢나 되기 때문에 빙하가 줄어드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대기 중 탄소를 제거하거나, 탄소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틱 리플렉션과 리얼아이스 연구진은 알베도 효과를 역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베도 효과는 햇빛을 반사하는 정도(알베도)에 따라 일어나는 기온 변화를 말한다. 햇빛은 지구의 대기와 육지, 바다에 대부분 흡수되는데 하얀 빙하와 만년설에서는 대부분 반사된다. 그래서 빙하가 적은 곳에서는 햇볕이 흡수되는 양이 점점 많아져 남은 빙하가 녹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연구진은 빙하를 기존보다 두텁고 넓게 만들면 그만큼 반사하는 햇볕의 양이 많아져, 남아 있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아크틱 리플렉션, 리얼아이스와 함께 실험에 참여하고 있는 하요 헨드릭스(Hayo Hendrikse)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 교수는 "인위적으로 얼리는 얼음을 3m 이상으로 더욱 두껍게 키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커다란 상처에 작은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하지만 일부 빙하 복원이 필요한 지역에 활용하면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북극곰과 바다표범이 살고 있는 특정 피요르드, 만을 목표로 여름철 해빙이 좀 더 길게 남아 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