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야생동물 사진대회 특별상을 받은 니마 사리카니의 '얼음 침대'./런던자연사박물관

전 세계 기후시스템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심층 해수 순환 시스템의 하나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MOC)’이 붕괴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AMOC가 붕괴되면 남반구 국가들은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아마존은 건기와 우기가 바뀐다. 해수면은 1m나 상승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 번 붕괴되면 되돌릴 수가 없기 때문에 AMOC를 지키기 위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지난 9일(현지 시각) 복잡한 기후 모델을 이용해 AMOC가 점차 약해지다가 결국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2025년 AMOC가 붕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지만, 당시 연구 결과는 불확실한 부분이 많아 과학계에서도 큰 공감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다양한 변수를 반영한 복잡한 기후 모델을 적용해 연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은 바다 아래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열대 지방의 따뜻한 물을 멀리 북대서양으로 가져가고, 이후 물이 식고 여분이 높아져 바다 깊숙이 가라앉으면 다시 남쪽으로 이 물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이 해류 순환은 바다 속의 열과 영양분을 지구의 여러 지역으로 운반하면서 북반구 지역의 기후를 온화한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가 이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의 작동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많은 양의 담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해류의 강도를 결정하는 열과 염분의 균형이 깨지면서 해류의 속도와 안정성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1만2000년 전의 과거에도 빙하가 급격하게 녹으면서 AMOC가 멈춘 적이 있다.

6개 지역의 기후 그래프로, 막대는 월별 강수량을 나타내고 곡선은 월별 기온을 보여준다. 기후변화가 AMOC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보여주기 위한 그래프다./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팀은 기후 모델에서 담수의 양을 점진적으로 늘리면서 AMOC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담수가 늘어나면 AMOC가 점차 약해지다가 어느순간 갑자기 붕괴하는 걸 확인했다. 연구팀은 AMOC가 언제 붕괴할 지에 대해 구체적인 기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다만 연구를 이끈 르네 반 웨스텐 연구원은 “기후 시스템과 인류에게 나쁜 소식”이라며 “(구체적인 기간은 특정할 수 없지만) 기후 변화의 티핑 포인트로 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AMOC가 붕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팀은 남반구 국가들은 온난화가 심각해지고, 아마존은 건기와 우기가 뒤바뀌면서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구의 해수면이 약 1m 상승할 수도 있다.

독일 포츠담 대학의 해양학자인 스테판 람스토프는 “이번 연구는 머지 않은 미래에 AMOC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Science Advances, doi :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k1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