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더라도 당분간 기후변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지구온난화를 늦춰주던 바다가 담고 있던 열이 배출되면서 다른 형태의 기후변화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민중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과 국종성 포스텍(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2일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탄소중립을 달성한 이후 기후가 변하는 패턴을 예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일치시켜 순배출량이 0이 된 상태를 말한다.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목표를 세우고 탄소 배출량 감소와 함께 흡수량을 늘릴 방법을 찾고 있다. 전 세계 국가가 비슷한 목표를 세우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달성한 이후 기후가 어떻게 변할 지 구체적인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심해에 축적된 열에너지가 탄소중립 달성 이후 수면으로 전달되면서 기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슈퍼컴퓨터로 이를 증명해냈다. 바다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열의 약 90%를 흡수한다.
연구진은 지구 기후를 모사하는 모델에 심해의 열에너지를 가상으로 추가해 대규모 시뮬레이션했다. 이번 연구는 KISTI가 운영하는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에서 3만4000개의 중앙처리장치(CPU) 코어를 3개월간 사용해 이뤄졌다. 이는 누리온 전체 연산량의 6%에 해당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심해에 축적된 열은 탄소중립 이후 방출되면서 기후의 회복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심에 따른 안정도가 낮은 바다에서는 열의 방출량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막아줬던 바다가 뒤늦은 반격에 나선다는 것이다.
심해의 열이 방출되면서 태평양의 적도 부근에서는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고위도에서는 많은 양의 열이 방출되면서 큰 폭의 온도 상승 가능성도 확인됐다. 적도 인근을 순환하는 ‘열대수렴대(ITCZ)’도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한국에서는 여름철 폭우 빈도도 높아졌다.
정 센터장은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으로 탄소중립 이후 기후변화 패턴을 예측한 연구”라며 “5호기 대비 23배 높은 성능의 6호기가 도입되면 더욱 복잡한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한 기후변화 예측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이날 소개됐다.
참고자료
Nature Climate Change, DOI: https://doi.org/10.1038/s41558-024-019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