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8일(현지 시각) 스페이스X의 로켓 스타십이 엄청난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이륙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급성장하는 우주 경제가 로켓이 배출하는 가스와 인공위성 파편으로 새로운 종류의 오염을 만들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우주 산업의 성장세를 꺾지 않으면서도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 시각) 팽창하는 우주 산업이 지구 대기권과 저궤도에 수많은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과학계의 우려를 보도했다. 발사대와 위성 수를 제한하거나 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재료와 연료를 조정하는 규제안도 언급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Falcon9)이 발사될 당시 제트기에 17개의 센서 장비를 실어 우주 발사가 대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스페이스X가 지난해 발사한 로켓은 총 96회로, 올해는 144회의 발사체를 쏘는 게 목표다.

팰컨9이 우주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4분이지만, 궤도 진입까지 연료를 태워 발생한 배기가스의 3분의 2가 대기권에 버려진다. 로켓의 연료가 연소하면서 만들어지는 그을림, 이른바 ‘블랙 카본’이 성층권에 형성된 오존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지속 가능한 우주 산업을 추구하는 스위스 기업 클리어스페이스(ClearSpace)의 팀 맥레이(Tim Maclay)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수십 년 전 다양한 지상 환경에서 있었던 우주 산업의 한 단계에 있다”며 “(우주 산업은) 개발의 전망을 보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전 고려 없이 달려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버트 라이언(Robert Ryan)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지리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2022년 로켓 배기가스는 항공기에서 배출되는 가스보다 500배 더 대기를 가열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연구팀도 로켓 발사가 10배 증가하면 성층권 온도가 섭씨 2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항공우주국(ESA)가 2009년 공개한 우주 쓰레기 분포도. 1cm이상 물체가 최소 50만개 이상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ESA

지구 저궤도를 돌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도 오염의 원인이다. 다니엘 머피(Daniel Murphy) 미국 퍼듀대 대기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재 성층권에 형성된 금속 에어로졸 입자의 10%는 위성이 다시 지구로 재진입하면서 만들어냈다. 니오븀이나 하프늄과 같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금속이 성층권에서 발견된다는 게 근거다.

우주 산업이 광범위한 환경오염을 일으키지만, 규제는 명확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에 해를 끼치는 화학 물질을 제한하는데, 로켓 배기가스나 위성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미 연방항공청(FAA)도 로켓 발사가 지상에 미치는 영향만 평가할 뿐, 대기나 우주는 고려하지 않는다.

다만 우주 산업의 성장을 억제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렌 로젠로프(Karen Rosenlof) NOAA 수석과학자는 “우주 산업을 중단시키고 싶진 않다”며 “우주 산업에서 사용되는 재료나 연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우주 산업을 폐쇄하지 않고 환경 영향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 기업에 책임감 있는 조치를 빨리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팀 맥레이 클리어스페이스 CSO는 “우주 기업이 환경에 대한 조치를 얼마나 잘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환경 보호를 위해 책임감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는 데 있어서 (우주 기업들이) 그다지 능숙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PNAS(2023), DOI: https://doi.org/10.1073/pnas.2313374120

Earth’s Future(2022), DOI: https://doi.org/10.1029/2021EF002612

JGR Atmosphere(2022), DOI: https://doi.org/10.1029/2021JD036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