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산유국들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 감축하는 것을 공식화해서는 안된다며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사진은 COP28 회의장./연합뉴스

주요 산유국들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 감축하는 것을 공식화해서는 안된다며 공개 반발했다.

AP통신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인도, 중국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국가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이 화석연료 사용의 단계적 폐지 등에 동참하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 총회 막바지에 공동선언문에 담길 내용을 넣고 각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공방 중이다.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기후변화 특사)은 이날 두바이에서 COP28 당사국 장관급 인사들을 모아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마지막 날인 12일 COP28 당사국들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해야 하는데, 그 내용을 절충하기 위해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저개발국을 비롯한 기후변화 취약국 등은 화석연료 퇴출 문제를 합의에 포함하는 데 찬성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인도 등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은 지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 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화석연료 퇴출 합의가 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데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베르 의장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모두 유연하고 타협을 받아들일 마음을 먹고 왔길 바란다”며 “반대와 쟁점은 뒤에 남겨두고 떠나달라”고 호소했다.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좋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당사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 막판 진통 과정을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비공개 회의를 연 것으로 풀이된다.

웁케 훅스트라 EU 기후 담당 집행위원은 “이번 회의가 엄청난 전환점이 될 것이므로 실수가 없어야 하지만 서약을 뒤로 미루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빨리할수록 고통은 줄어들 것”이라고 화석연료 사용 폐지 가속화에 찬성했다. 제니퍼 모건 독일 기후특사는 AP를 통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원하지 않는 국가들이 있는 건 매우 분명하다”며 “절충이 매우 어려울 것”고 말했다. ‘염려하는 과학자 연합’의 레이철 클리터스 박사는 현장 취재진에 “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후발주자이자 고집을 안 버리는 나라는 단연 OPEC 국가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대 석유 수출국이자 OPEC을 사실상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는 “탄소 배출 감축을 COP28이 다뤄야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지만 우리의 관점과 우려, 각국 저마다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유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와 석유는 불가분의 관계”라며 “우리가 사는 오늘날의 현실과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주요 산유국인 이라크도 화석 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최종 공동성명에 포함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COP28 당사국들이 공식적인 서약을 지키더라도 목표 달성은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IEA는 성명에서 “각국이 지금까지의 서약을 지킬 경우 2030년까지 온실가스는 4Gt(기가톤) 줄어들 것”이라며 “이는 203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필요한 배출량 감축 목표치의 3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COP28에서 제시된 각국의 서약은 에너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긍정적 진전을 가져오겠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IEA에 따르면 COP28 중 지난 8일 현재 130개국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로 늘리고 매년 에너지 효율 개선율을 2배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IEA는 “지금까지 서약에 동참한 국가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 에너지 총수요의 37%, 세계 GDP의 56%를 차지한다”고 짚었다. 온실가스의 획기적 감축 방안이 실질적으로는 절반 짜리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COP28에서 진행 중인 상황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필요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를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